소수 엘리트 교육 지향 금강大 개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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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천태종이 충남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 세운 금강대의 준공 및 개교식이 7일 오전 11시 이 대학 운동장에서 천태종 스님 및 신도 1만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에 앞서 6일 금강대의 초대 총장이 된 박봉식(朴奉植·71) 전 서울대 총장을 만나 교육 이념 등을 들었다. 소수 엘리트 교육을 내세우는 이 대학은 내년에 불교문화학부 20명, 통역학부 60명, 사회과학부 20명 등 1백명을 뽑는다. 학생 모두에게 장학 혜택을 준다.

-대학을 어떻게 운영할 겁니까.

"불교학을 학문의 한 체계로 가르칩니다. 스님되는 길과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영어·일어·중국어 통역학과는 환태평양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칩니다. 이는 곧 불교의 세계화로 이어지죠. 통역학이라고 하니까 시류를 타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환태평양의 문화와 언어에 정통한 국제인·세계인을 배출하는 게 목적입니다."

-시설이 좋다는데요.

"시설과 교수진이 좋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첨단 대학이죠. 학생들은 언제든지 강의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주변에 도시가 없기 때문에 캠퍼스 안에서 문화생활을 다 소화해야 합니다. 영화 상영실과 공연장이 있습니다. 학교 뒤에 계룡산이 있는 등 자연환경도 좋습니다. 학생들이 풍요와 문화 속에서 젊음을 불태울 수 있습니다."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은.

"등록금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재단의 철학을 높이 평가합니다. 대학이 시골에 터를 잡았다는 점에서 개척자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능성적 2등급 이상인 학생에게만 입학 자격을 줍니다. 학생들의 수준을 낮춰가면서까지 정원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자질이 훌륭한데도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할 형편이라면, 우리 대학이 대안이 되겠죠."

-개인적으로 천태종과 인연이 있나요.

"양산 통도사 근처에서 태어났어요. 1996년부터 98년까지 통도사 신도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요즘 불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생활·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서구문명 중심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 결과 부(富)를 향유하고 과학과 의학의 혜택은 커졌습니다. 그러나 서구문명은 빈부 격차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인간을 실험실에서 만드는 상황에선 과학기술도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서구 문명의 부족한 부분을 불교가 메워줄 겁니다."

건강에 대해 묻자 朴총장은 "세 시간 걸리는 등산로를 개척해 1주일에 한번 정도 산을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총장(85∼87년)과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94∼95년)을 지냈다.

정명진 기자

m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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