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나날 우즈, 이번엔 악몽의 주인공 둘과 같은 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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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섹스 스캔들에 이은 슬럼프로 휘청거리는 타이거 우즈(35·미국)가 외나무다리에서 숙적 둘을 한꺼번에 만난다.

12일 밤(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다. 그가 대회 1,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할 상대는 양용은(38)과 비제이 싱(47·피지)인데 우즈에겐 악몽의 주인공이다.

싱은 2003년과 2004년 우즈를 누르고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2004년엔 PGA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시즌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하고 올해의 선수상을 탔다. 싱은 당시 우즈의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빼앗았다.

우즈에게는 양용은에 대한 기억도 썩 좋지 않다. 2006년 상하이에서 열린 유러피언 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양용은에게 역전패했다. 우즈의 스트로크 대회 연승 기록이 양용은 때문에 6에서 끊겼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는 양용은에게 다시 역전패했다. 당시 양용은이 우즈의 전매특허인 어퍼컷을 휘두르며 골프 황제에게 치욕을 안기는 장면은 2009년 골프계의 큰 사건이었다. 잘나가던 우즈는 공교롭게도 양용은에게 역전패한 후 나쁜 일만 생겼다.

싱은 1998년과 2004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6년 간격으로 우승했는데 올해가 또 그 6년 주기다. 2004년 싱이 우승한 코스도 휘슬링 스트레이츠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한 뒤 점점 회복하며 감이 살아나고 있다”고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제주 출신으로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난해 챔피언 양용은은 대회장이 강한 바람이 부는 코스여서 유리하다고 여기고 있다. 양용은은 기복이 있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큰 대회에서 한 방이 있는 선수다.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은 타이거가 옆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더욱 힘을 낸다.

세 선수는 12일 밤 10시20분에 출발한다. 대회는 J골프에서 생중계한다. 1라운드 중계시간은 13일 오전 3시부터 9시까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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