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명령만 내리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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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외출했다 돌아온 뒤 무선 홈패드부터 집어든다. 전용 펜을 꺼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방문자 확인. 몇 시에 누가 찾아왔는지 차례로 화면에 뜬다. 외출 중 누가 전화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기본이다. 다음은 가전기기 점검. 급하게 외출하느라 깜박 잊었다가 밖에서 전화로 작동시켰던 세탁기가 제대로 돌아갔는지 들여다본다. 저녁 무렵 어둠이 깔려도 일일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휴대용 홈패드만 있으며 주방과 거실 등 필요한 곳에 전등을 켜고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조리하고 끌 수도 있다.

서울 도곡동의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입주한 지 1주일째인 주부 정영란(44)씨의 요즘 일과다. 그동안 '사이버 아파트''홈네트워크'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손끝에서 집안 일이 대부분 해결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자그마한 홈패드 안에 타워팰리스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셈이다. 정씨는 "아직 사용법을 몰라 시도하지 않았지만 다음주엔 홈패드로 인터넷에서 요리정보를 내려받아 저녁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하나하나 해 보니까 정말 편하고 안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동안에도 굳이 연속극을 보러 거실에 있는 TV 앞에 갈 필요가 없다. 홈패드의 'TV 보기'를 누르면 간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옆집과 통화하려면 홈패드로 아파트 동호수만 누르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컴퓨터를 제법 하는 아이들도 타워팰리스의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에는 깜짝 놀라더군요. 방과 후엔 마치 탐험하듯이 사용법을 배우고 있어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홈네트워킹 시스템에 차근차근 접목되면서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타워팰리스에 접목된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손끝만으로 집안 일을 대부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이버 아파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워팰리스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설치한 서울통신기술(www.scommtech.co.kr)의 주흥돈 부장은 "일단 안전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의 현관에는 입주민들의 지문 정보를 입력해 놓은 지문 인식기가 놓여 있다. 외부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차단된다. 지문인식기를 통하지 않고 현관에 들어서려면 열쇠와 패스워드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외출 버튼을 누르고 나가면 가스밸브가 자동으로 닫히고 에어컨과 조명 등 가전기기도 작동을 멈춘다. 24시간 방범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누군가가 침입하면 입주자의 휴대전화와 경비업체, 경찰에 실시간으로 연락이 간다. 편리함도 뛰어나다. 집집마다 무선 홈패드와 벽걸이 홈패드가 있다. 무선 홈패드는 집안에서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주방쪽에 붙어 있는 벽걸이형 홈패드는 주부들이 일하면서 손쉽게 이용하라고 만든 것이다.

휴대용 무선 홈패드는 10.4인치 크기의 초박막액정화면(TFT-LCD)으로 구성됐고, 벽걸이형 홈패드 화면은 이보다 조금 크다. 이 홈패드를 통해 가전기기 제어와 화상통화, 인터넷 접속 등이 가능해진다. 원격검침도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전기·가스 요금을 알아볼 수 있고, 원격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침원들이 직접 찾아올 필요가 없다.

거실뿐만이 아니다. 침실은 물론 화장실에도 확장형 비디오폰이 연결돼 있다. 화장실에 있을 때도 비디오폰을 통해 찾아온 방문자를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어 줄 수 있다. 위급 상황에서는 버튼을 눌러 경보를 울릴 수 있다. 타워팰리스 가구당 들어간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구축 비용은 대략 6백만~7백만원선.

서울통신기술 측은 "앞으로 구축 비용이 줄어들면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홈네트워크 구축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타워팰리스는 단지내 아파트 현관 출입부터도 다르다.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터치스크린으로 세대 번호를 누르면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 엘리베이터에도 스크린이 있어 아파트내 공지사항 등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미래 사이버 아파트는=타워팰리스의 네트워크시스템은 기존 사이버 아파트보다 상당부분 발전됐다.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한 보안강화가 눈에 띈다. 또 기존의 사이버 아파트가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엔 인터넷 검색은 물론, 가전기기 제어·TV보기 등이 추가됐다. 불필요한 통신선 등을 없애기 위해 전력선통신이 도입된 것도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발전도 아직 초보단계일 뿐이다. 앞으로는 휴대전화로 집 밖에서 가스밸브 등 가전기기와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동통신회사들이 이같은 원격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언제라도 사용 가능하다. 또 홈패드를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노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들을 위해 음성으로 홈패드에 명령해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방식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안녕하세요,클릭아줌마예요.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를 들여다본 주부들은 깜짝 놀란다고 해요. 인테리어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홈네트워크가 잘 돼 있기 때문이지요.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도 훤히 알 수 있고, 집 안팎 어디서나 전화·인터넷으로 가전제품을 척척 작동시킬 수 있지요. 첨단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된 결과랍니다. 지난주 대덕에서는 전세계 45개국 4백7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게임대회가 열렸어요.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이란 건 다들 아시죠?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나라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어요. 대회기간 중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참,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인터넷이나 PC를 비롯한 주요 제품 등 정보기술(IT)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e-메일을 보내 주세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e-메일 주소는 infotech@joongang.co.kr이에요.잊지 마세요.

서울통신기술이 구축한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아파트 전 단지를 무선랜을 기반으로 연결한 것이다. 통신회사의 인터넷망이 각 가정에 연결되면 아파트 신발장 내에 설치된 홈 서버와 홈 게이트웨이를 통해 각 가정의 가전기기와 통신기기에 연결된다. 외부의 인터넷 정보는 전력선통신(★PLC)을 통해 PC와 TV 등 가전기기에 전달된다. 또 가정 내부의 제어판인 홈패드나 음성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도 바로 PLC에 의해 각 전자제품에 전달된다. 예컨대 가정에서 쓰이는 모든 전기, 전자제품이 유·무선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가전기기를 원격 조종하는 것은 물론 가전제품끼리의 데이터 송수신·모니터링·보안에 이르는 첨단기능을 자동으로 조절·제어하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홈서버 관련 정보는 다시 아파트 전체를 관리하는 로컬 서버에 모이고, 이들 로컬 서버는 서울통신기술이 관리하는 서비스센터에서 최종 관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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