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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짝짓기 계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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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반도체 전쟁터에 또 바람이 분다.지난해 하반기의 감산·감원 바람에 이어 이번에는 짝짓기 바람이다. 마이크론-하이닉스 간의 메모리사업 통합이 불발로 끝나면서 한동안 잠잠하더니, 중·하위업체들의 버티기가 한계에 이르면서 구애작전이 치열하다.

하기야 D램 업계 2∼3위인 마이크론과 인피니온마저 6∼7분기 연속 적자가 아닌가.

짝짓기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일본과 대만의 D램 업체. 일본에서는 NEC와 히타치가 벌써 2년 전에 D램 사업을 통합해 엘피다메모리를 만들었고, 도시바도 지난 연말에 범용 D램 사업을 마이크론에 매각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쓰비시마저 D램 사업을 엘피다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렇게 되면 일본의 D램 업체는 엘피다 한 회사만 남게 된다.

대만의 D램 업체들 또한 대부분 적자상태로, 3백㎜ 웨이퍼와 0.13㎛ 공정 등 차세대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짝짓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만 최대의 D램 업체인 난야는 독일의 인피니온과 3백㎜ 웨이퍼 공장을 합작으로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모젤은 프로모스(인피니온과의 합작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인피니온과 결별하는 대신 엘피다와의 제휴를 바라고 있다.

파워칩 또한 엘피다와 0.13㎛ 이하의 미세회로공정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윈본드도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짝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램에서 시작된 짝짓기 바람은 비메모리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D램을 제외한 반도체사업을 통합해 르네서스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설립키로 합의했고, 세계 3위의 반도체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7위인 모토로라 역시 비메모리사업의 통합을 논의 중이다.

10월 들어 연이어 발표된 이 2건의 통합안이 성사되면 각각 세계 2, 3위의 반도체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세계 2∼3위의 플래시메모리업체인 AMD와 후지쓰 역시 사업통합을 협상 중인데, 성사되면 인텔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플래시메모리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국경을 넘어선 초대형 짝짓기 계획들이 터져 나오면서 세계 반도체업계에는 판도변화의 급물살이 예고되고 있다.

joyoon@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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