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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실 도시락 대책도 부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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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보건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이 어제 부실 도시락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200억원을 더 들여 2500원인 도시락 단가를 2007년까지 4000원으로 끌어올리고, 대학생 등 급식 보조 인력을 최대 1만2000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과연 2500원이 적어서 결식아동 도시락이 부실해졌을까. 도시락이 부실하다고 언론이 떠드니 내놓은 대책이 돈을 올리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 4000원으로 올린다고 도시락이 좋아질까.

복지부 공무원들조차 종합대책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할 것이다. 같은 시각 전국적으로 불거진 전혀 다른 흐름이 그 방증이다. 이날 지방에선 도시락 전문업체.식당들의 급식이행 계약 포기 통보가 꼬리를 물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아무리 열심히 배달해도 힘만 들고 이익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파문으로 주위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내건 복지정책은 '참여복지'다. 정부가 집까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행정을 다짐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복지정책도 말단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책상에서의 계획, 문제가 나면 예산타령… 이런 관료주의가 도시락 파동의 핵심이다.

핑계는 이제 더 이상 듣기 거북하다. 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지자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시스템 타령이나 가구당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다른 선진국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지겹도록 들어왔다.

결국은 사람이고 정성이다. 충남 천안 입장에선 면 부녀회와 사회복지사가 손을 잡고 50명의 아동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고, 경남 김해시는 지자체 예산 500원을 더 얹어 제대로 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똑같은 정책이라도 사람과 정성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양극화 사회, 고령사회에서 복지정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복지정책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관료주의를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뒷북치기, 현장 부재의 복지정책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복지가 아니라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