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교육 質 높이기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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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인터넷 관련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사이버 교육이 면대면(面對面) 교육의 보조수단으로서의 위치를 넘어 공교육 활성화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교육이라고 하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반드시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마주 대하는 소위 면대면 교육만을 교육의 전형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교육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상으로 지원되는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선생님과 학생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양방향으로 다양하게 교과 관련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과 기업은 물론 초·중등학교에서도 최근 그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시스코사의 존 챔버스 회장은 향후 수년 안에 사이버 교육이 보편적인 교육방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고, 미국 MIT는 모든 강좌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국내외 전문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02년도 미국의 사이버 교육 시장은 17억9천만달러, 국내는 8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사이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적으로 이와 관련 있는 단체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교육이 진정한 공교육 활성화의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면 학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들이 조속히 연구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의 품질 저하라 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 중 상당수의 품질이 심각히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질의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사이버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고급 인력이 필요하고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많은 사이버 교육 기관들이 예산 부족과 전문인력의 미비를 이유로 질 낮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교육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들은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심한 경우 단순히 책을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로 개발돼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형편이다.

사이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자들이 교육 프로그램의 본질인 교육의 수월성 확보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둬야 한다. 이러한 개발자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인증을 통해 검증된 프로그램들이 알려지게 되면 교육 수요자들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개발자들은 좀더 나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양질의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기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러한 기준들이 충실히 반영된 우수 사례들을 발굴해 제공한다면 국내 사이버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간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평생 교육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만 국제 사회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사이버 교육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충실히 부응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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