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강화 법안 정치권 왜 발목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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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의 아파트값이 최근 몇주째 하락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시세연구소가 매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10·1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3주째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강남의 경우 지난 23일 조사가격이 전주 대비 1% 내렸다.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4천만∼5천만원 가량 떨어져 낙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좀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서울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 11일 조사에서 전주에 비해 0.01% 떨어져 2000년 말 이후 처음 하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18일 -0.13%, 25일 -0.41%로 하락폭이 점점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은 더 심해 3주 동안 2.37% 떨어졌다.

그동안 오른 금액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어느 정도 약발이 먹혀들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차례의 부동산 투기대책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의 집값은 오름세를 멈추지 않아 당국의 체통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면 억제 방향으로 기울던 정부 정책이 부동산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시중에 나돌고 있는 한 상승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상황인 데도 집값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양도세 중과 방안을 저지하려는 정치권의 압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꿋꿋하게 밀고 나갈 기세였던 정부도 이 방안을 좀 완화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정치권의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집값이 급등해 여론이 좋지 않을 때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큰 소리치던 정치권이 이제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너무 강하다며 발목을 잡는 이유는 뭘까.

대통령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자신들의 재산상 손실을 생각해서인지 모르지만 고가주택의 양도세 중과를 막으려는 정치권의 태도는 대다수 국민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정부의 양도세 중과방안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고 돈 없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용도변경·규제완화 등으로 얻어지는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환수해야 한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부의 편중을 없애고 투기를 잡기 위해 보유세인 재산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일정분의 불로소득을 시세차익 환수방식으로 거둬 들이는 양도세 중과도 나쁘지 않다는 세간의 의견을 정치권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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