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강도 공범 수사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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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포천 영북농협 총기강도사건 공범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범인인 육군 모부대 전모(31)상사가 28일까지 "공범은 없다"며 단독 범행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인다. 더욱이 군 수사당국은 전상사 검거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데다 그동안 군·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28일 오후 늦게서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전상사는 군 수사당국에서 "목격자들이 허위 제보했다. 목격자인 아주머니는 내가 혼자 지나가는 것을 잘못 보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당시 상황과 범행 물품조사 결과를 종합할 때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목격자가 세명이 함께 도주하는 광경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범행 물품에 대한 감식 결과 세가지 유전자가 검출된 점으로 미뤄 전상사의 단독 범행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전상사가 부대 인근에 거주하며 사건 전후 군인들만 접촉한 사실을 밝혀내고 공범이 군인일 것으로 조심스레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군 당국의 수사의지를 들어 앞으로의 수사도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전상사가 용의차량인 2003년식 흰색 뉴EF쏘나타 렌터카를 빌린 사실을 밝혀내고 전상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지난 15일 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군 수사대는 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또 이후 지난 21일 목격자 제보에 따라 용의차량이 렌터카라는 심증을 굳히고 이를 군수사대에 전달하며 추가 조사를 요청했지만 또다시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간부는 "군부대에서는 전상사가 사건 전날인 지난 10일 총기를 손질하겠다며 K-1 소총 6정을 가져간 뒤 이튿날 저녁 반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를 군 수사당국에 통보했더라면 쉽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군의 수사 의지에 회의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이 범행 증거를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면 사건이 미궁으로 빠졌을 수도 있었다"며 공범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수사 관계자는 "공범이 있다는 확신 아래 수사를 진행 중이고 곧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군인 또는 민간인이 공범일 가능성에 대비,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뒤늦게나마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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