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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주에 대해 시적 상상력을 갖는다는 것은 이 우주 속에 프롤레타리아로 산다는 것과 다른 것이 아니다. 부르주아는 간접적으로만 세상과 만나는 사람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제 육체로 직접 세상과 교섭한다. 맨손이 고무 장갑을 낀 손보다 물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상상한다. 못을 박으라고 명령하는 사람보다 못을 박는 사람이 벽과 못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안다. 명령을 받고 못 박는 사람보다 제가 박고 싶어 못 박는 사람이 우주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는다. 명령이 세계와 우리를 이간하였다. 『말과 시간의 깊이』(황현산 비평집, 문학과지성사)

평론가가 쓴, 면도칼 같은 글을 인용했네요. 소설가가 겁도 없이…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어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나요' 따위의,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책에 답이 있을 듯하니 다함께 읽읍시다. 꼼꼼히 읽읍시다.

이윤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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