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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진에 가면 온통 청자 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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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윤석남 작, 황보복례 디자인, ‘조각배’, 고려자기. [청자 아트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제공]

옛 청자의 고장으로 이름난 전남 강진이 올 여름, 오늘을 아우른 청자 고을로 거듭났다. 8일 제38회 청자축제의 막을 올린 강진은 50여명 미술가를 맞아들여 시작한 또하나의 축제 ‘청자 아트 프로젝트(Celadon Art Project) 2010-강진에서 청자를 만나다’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당을 벌였다. 말 그대로 청자에서 영감을 받은 새 미술이 강진 지역에 스며들게 된 것이다. 김선두(중앙대 한국화과 교수) 총감독과 함께 올 봄부터 강진 지역을 드나들며 연구해온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미술언어와 청자를 결합시켜 이 땅만이 낳을 수 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청자박물관 2층에 오르면 팽팽하게 돛을 세운 배 주변에 청자로 곱게 빚은 고무신 200켤레가 놓여있다. 강진에서 서울까지 청자를 실어 나르던 돛단배를 살려 설치미술가 윤석남씨가 제작한 ‘조각배’다. 이름 모를 도공이 정성껏 빚어 떠나보내던 청자에 깃든 혼과 임 찾아 길 떠나는 여성의 마음을 겹쳐놓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놓여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 청자 신발이 보는 이 가슴을 파고든다. 청자구슬 3만개를 구어 빛나는 사슴을 만든 조각가 성동훈씨의 ‘그린(Green)’은 벌써 이 지역 명물이 됐다. LED를 입혀 밤이면 푸른 빛을 발산하는 사슴은 강진을 녹색지대로 선포하는 하나의 이정표 구실을 한다.

청자박물관과 도예문화원을 비롯해, 영랑의 생가와 백련사 만경루 등 강진 곳곳에 피어난 미술품은 관람객에게 숨은 미술 찾기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김천일·박방영·박재동·배병우·서용·서용선·여운·유근택·이왈종·이종구·정종미·허달재·허진씨 등이 내놓은 신작은 실학자 다산의 꿈과 이상이 여물던 곳, 시인 김영랑의 구성진 시가 익어가던 강진이 청자와 교감하는 현대미술의 새 1번지로 떠오르게 한다.

11월 30일까지. 다음달 3일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면 강진과 광주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남도답사에 나선 관람객을 실어 나른다. 061-430-3712.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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