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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다운 장관을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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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월 1일 여소야대의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앙정부는 허둥댄다. 예전엔 공문 한 장으로 되던 일이 먹히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힘들다며 “아, 옛날이여~”를 외친다. 행정의 주도권을 지방정부에 빼앗기고 있다. 장관들은 ‘식물’로 변해 갔다.

개각 타이밍을 놓친 탓이 컸다. 2008년에도 그랬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15개 부처 장관이 쇠고기 파문의 책임을 지겠다며 일괄사표를 냈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 달 이상 끌었다. 짐 꾸릴 이들이 힘 있게 일할 턱이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장관들도, 공무원들도 개각을 구실로 허투루 일했다. 그런 사이 곳곳에서 행정 누수가 생겼다. 4대 강 사업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취임하자마자 반기를 들었다. 소통과 유연성이 부족했던 정부에 대한 경종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대’ 단체장들이 ‘사업 수용’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는 있다.

교육정책은 더 심각하다. 친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에게 ‘안방’을 내준 형국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가 된다. 자율고 취소나 교사 징계, 학업성취도 평가, 학생인권조례 등 갖가지 현안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이다. 이렇게 교육정책이 어수선한 나라가 또 있을까.

장관들의 포스는 어디서 나오는가. 단단한 실력, 자신감, 그리고 소신이 원천일 것이다. 포스를 발휘하려면 취임 초가 중요하다. 그래서 새로 입각할 장관들에게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포스가 느껴지는 장관이 거의 없었다. 국민이 이름 석 자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일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가문의 영광으로만 생각한 것인지…. 투자개방형 병원을 놓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정싸움만 하다 끝났다. 유임된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어이없는 말을 했다. 며칠 전 영산강을 방문한 자리에서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에게 애향심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4대 강 사업 발목을 잡는 환경영향평가는 금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존재의 이유’마저 잊은 환경부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충성 발언과 올곧은 행정은 다르다는 것을 새 장관들은 명심해야 한다.

질질 끈 ‘8·8 개각’은 그 효과와 참신성이 떨어졌다. 그래도 삶이 고달픈 국민은 바란다. 멀리 크게 보고, 겸손하게 소통하며 일하는 포스 있는 장관이 많아지기를…. 국민은 더 이상 식물장관을 원하지 않는다.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