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대학 캠퍼스냐고요? 인천에 상륙한 국제학교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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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연간 학비가 3000여만원이나 된다. 이 학교는 건물부터 다르다. 리처드 워밍턴 교장은 “교육 목적에 따라 구성된 맞춤형 교실과 최첨단 시설로 지었다”고 말했다.

교육의 시작은 커리큘럼이 아니라 건물 설계 단계부터 시작된다는 게 명문 사학들의 생각이다. 채드윅의 건물은 토론·발표 위주의 교육을 실현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는 것. 표준형 설계로 지어지는 우리 학교와 구조, 내부 설비가 어떻게 다른지 보기 위해 김경인 전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이사장, 류호섭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 등

학교 건축 전문가 2명과 함께 이 학교에 갔다.

글=이정봉 기자, 박혜린 대학생인턴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기 전에 ‘살아가는’ 곳

채드윅 인터내셔널 중·고등학교동. 창이 넓어 햇빛이 건물 속까지 밝힌다. 건물 자체가 한옥처럼 ‘ㄷ’자 구조다.

이 학교는 ‘ㄷ’자 구조다. 한옥 구조에서 따왔다고 했다. 이런 구조는 어느 위치에서든 다른 곳으로 갈 때의 동선이 크게 줄어든다. 일자형에 강당·체육관 등이 외따로 서 있는 학교들과 다른 모습이다. 초등학교동과 중고등학교동 사이에 체육관·수영장·대강당 등이 있는 시설동이 가로지른다. 학생들이 이런 시설에 접근하기 쉽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건물 앞에 작은 정원을 둬 산책을 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류 교수는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주공간”이라며 “그래서 생활환경을 감안한 동선과 균형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라기보다 주택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 초등학교 교실 안에는 개수대와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오피스텔과 비슷하다. 중고등학교동의 경우 층마다 칸막이를 한 책상을 놓고 탁자를 둬 작은 독서실처럼 꾸며져 있다. 마치 공부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아 가볍게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과 같다. 도서관도 학교 건물 가운데에 있어 교실에서는 지척이다.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쉽게 가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는 ‘공부하는 곳’인 동시에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교실에 햇살 가득, 통유리 벽으로 쏟아지는 빛

복도 끄트머리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개방형 독서실. 교실을 나와서도 편하게 앉아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남향도 북향도 아니다. 사방위와 비스듬하게 지어져 한쪽 교실은 남동쪽을 향하고 한쪽은 북서쪽을 향한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교실의 경우 바깥쪽 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 빛이 교실 깊이 파고든다. 그럼에도 볕이 세지 않다. 유리벽 앞에 이페 나무로 된 차양이 비스듬히 걸려 있어서다. 실내에 발을 덧씌우는 식으로 간접 조명을 달아 교실 안쪽도 밝혔다. 창 쪽은 눈이 부시지 않았고, 안쪽은 컴컴하지 않았다. 류 교수는 “교실 내 조명의 불균형은 학습 불균형을 부른다”며 “이곳은 실내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밝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은 복도와 홀에도 빛이 쏟아졌다. 각 방향에 빛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리를 많이 썼다. 그래서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졌는데도 학교가 밝아 보였다. 류 교수는 “채광에만 신경을 써도 학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음악실·미술실·다용도실 … 교실보다 많네요

초등학교 교실 32개, 중고등학교 교실 42개. 하지만 이곳은 교실보다 부대공간이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물론 운동장·시설동을 빼놓고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만 해도 음악실·미술실·과학실이 다수 설치돼 있고, 널찍한 다용도실과 카운슬링 센터도 있다. 다용도실은 이름만 들으면 창고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실내체육관을 연상케 하는 널찍한 공간이다. 이곳은 초등학생을 위한 작은 강당으로 쓰기도 하고, 비 오는 날 게임을 할 수 있는 간이 운동장으로 쓰기도 한다. 국내 학교들과 달리 교실 밖에도 학생들이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김 전 이사장은 “수업과 학습만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 친구들과의 놀이 등도 교육의 영역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미국의 명문 사학 중 하나로 다음 달 7일 개교하는 송도 캠퍼스는 건축설계회사 KPF와 간삼이 설계를 맡았다. 건설비는 1500억원이 투입됐다. 교육 방식은 교사가 주도해 교과서를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고 토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채택하고 있다. IB는 그래서 수업도 과목(subject) 위주가 아니라 과업(projcet) 위주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며 배우는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미술·사회·세계사를, ‘비행기가 날아갈 때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물리·수학·생물학 등을 함께 공부하는 식이다. 채드윅 인터내셔널 리처드 워밍턴 교장은 “사고력·표현력을 키우는 기존 교육과 함께 한국 대학입시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일부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TIP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에 문을 여는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국제학교다. 보다 정확하게는 ‘외국교육기관’이다. 외국인학교와는 다르다. 국제학교는 올해 처음 개교하지만 외국인학교는 서울에만 20개가 있다. 국제학교엔 최대 정원의 30%까지 내국인들이 입학할 수 있지만, 외국인학교는 해외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만 입학할 수 있다. 외국교육법인만 설립할 수 있는 국제학교와 달리 국내 학교법인도 외국인학교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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