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대 재학생들에게 듣는 합격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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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정보’는 합격의 열쇠가 될 만큼 중요하다. 특히 해외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생생한 현지정보에 늘 목이 마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온 해외 명문대 재학생들에게 따끈따끈한 현지소식과 경험담을 들어봤다.

작은 IVY리그라 불리는 리버럴 아츠 컬리지

손원빈(20·미국 스와츠모어대 1)씨는 지난해 코넬대와 뉴욕대에 합격했지만 스와츠모어(Swarthmore College) 대학을 택했다.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손씨에게는 아이비리그의 유명대학보다 학부 중심의 리버럴 아츠 컬리지(Liberal Arts College인문학,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등 교양과목에 중점을 둔 학부 중심의 4년제 대학)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손씨는 “UC버클리처럼 큰 대학에서는 한 강의실에 몇백 명의 학생들이 대학원생에게 수업을 듣는게 일반적이지만 스와츠모어대학은 수업의 정원도 적고 정교수가 직접 모든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김민주(20·미국 앰허스트대 1)씨도 손씨와 비슷한 이유로 앰허스트(Amherst College)대학 입학을 결정했다. 김씨는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1:10정도인 소규모 강의 위주라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긴밀하다”며 “다른 학생들과의 친밀한 공동체 생활은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필수과목을 정해두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학풍도 김씨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지난 1년 간 철학·음악·법·경제·연기수업까지 들었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이 있는 전공탐색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뚜렷한 직업적 전망이 있다면 직업전문학교를

사회적·직업적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리버럴 아츠 교육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직업적 전망을 갖고 있다면 직업전문학교를 택하는 것이 좋다. 이수형(28·스위스 글리옹대 3)씨는 지방대 졸업 후 파티 플래너로 일하다 유학을 결심했다. 이씨는 “글리옹대학은 로잔·코넬과 함께 세계 3대 호스피탤러티(hospitality: 호텔·리조트·여행·엔터테인먼트·외식 등 관광관련 산업서 제공하는 서비스) 학교 중 하나”라며 “실무 위주의 수업과 풍부한 인턴십 기회 보장등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직업전문학교라고 커리큘럼을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시험은 물론 팀 프로젝트와 과제도 많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잘못하면 수업 자체를 쫓아가지 못한다. 생활규칙도 까다롭다. 이씨는 “정장 차림으로 수업을 듣고 두발이나 손톱 등 몸가짐을 단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학교생활에서부터 남다른 직업의식을 가지게 돼 졸업생 취업률이 95%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SAT 준비 철저히 하고 영어회화 실력 쌓길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재학생 수가 1500명 안팎으로 작지만 아이비리그만큼 들어가기 힘들다. 특히 앰허스트와 스와츠모어는 윌리엄스(Williams College)와 더불어 3대 리버럴아츠 칼리지로 꼽히며 가장 우수한 학부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손씨는 “입학사정관들은 학교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인재를 원한다”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전략적으로 입시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T 점수는 잘 받아놓는 것이 합격에 유리하다. 특히 수학에서는 실수를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김씨는 “한국학생들은 SAT수학에서 거의 만점을 받기 때문에 한 문제만 틀려도 점수가 크게 떨어진다”며 “문제풀이 연습을 부지런히 하고 계산실수를 하지 않게 집중해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CR(Critical Reading)은 원서 읽기를 통해 점수를 올릴 수 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손씨가 처음 응시한 SAT에서 받은 점수는 1900점. 문제풀이만 반복한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한 김씨는 원서를 정독하며 독해력을 키웠다. 핵심문장에 줄을 긋고 문단요약을 해가며 책을 읽다 보니 지문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전체적인 이해력도 좋아졌다. 결국 다음 SAT에서는 2200점을 받았다. 손씨는 “책을 많이 읽은 것이 에세이 작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에세이를 잘 쓰면 SAT 점수가 조금 낮아도 얼마든지 합격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과 활동은 테마를 정해 자신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게 구성해야 한다.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싶었던 손씨는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의국제회의 의장단 참가, 모의법정 참여, 중동정책 조사 리포트 등의 이력을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 반면 관심사가 분명하지 않았던 김씨는 인성(캐릭터)을 키워드로 정해 리더십이 강한 자신의 면모를 어필하는데 중점을 뒀다. 김씨는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동아리의 일원이었다가 3학년 때 클럽장이 된 것 등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주효했다”며 “사소한 에피소드라도 테마와 관련이 있으면 포함시키고, 중구난방식으로 나열하는 것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직업전문학교는 영어능력으로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글리옹대학은 iBT TOEFL 61점, IELTS 전 과목 5.0 이상의 점수와 영어인터뷰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이씨는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어려운 것이 직업전문학교의 특징”이라며 “영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대사를 따라 하는 연습을 통해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해외 명문대에 재학 중인 김민주·손원빈·이수형씨(왼쪽부터)는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목표대학을 정하고 전략을 세워야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 일러스트=장미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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