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강요아닌 향유' 가슴 파고든 꼬드김 『반룬의 예술사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대학 졸업 뒤 첫 직업은 중학교 음악 교사였다. 유난히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했던 나를 보고 오랫동안 교사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주위 사람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1년 만에 사표를 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을 대다수 학생들에게 잡다한 음악이론을 가르쳐야 하는 당시의 교육현실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요된 음악이론 학습은 학생들에게 음악을 싫어하게 하는 계기만 만들게 될 것이라는 단정-지금도 이 소신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도 큰 이유였다.

나의 이 생각에 불을 지폈던 한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 것은 반 룬이라는 네덜란드의 역사학자가 쓴 『예술의 역사』라는 문고본의 책이었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명쾌히 알려주는 후련함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의 전도사가 되게 해 후배들에게 책을 빌려주기까지 하는 우를 범하다 결국 이 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안타까움에 헌 책방을 뒤지기까지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데, 얼마 전 인터넷 덕분으로 책의 출판소식을 확인하였다. 『반룬의 예술사이야기』 (이덕열 옮김,들녘)가 그 책이다.

공연기획자라는 내 지금의 직업과 관련해 추천할 다른 책은, 어느 날 선배의 집 서재에서 발견한 『Who Killed Classical Music?』(노만 헤브레히트)이다. 서양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한 뒷이야기를 소설가와 같은 입담을 가지고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재미있게 써 내려간 책이다. 19세기 이후의 서양음악역사 속에서 공연매니저의 활동과 그 내막 등이 소상하고 흥미진진하게 기록돼 있다.

이 책과 함께 공연기획의 성공사례를 단편집처럼 꾸민 『성공적인 예술경영』( 엘빈 H 레이스, 정훈상 옮김,세종출판사)을 함께 볼 수 있다면 그 유익함이 배로 더할 것이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이 나라의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이유는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좋은 감상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많은 분이 이 책들로 인해 동감하게 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