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상 최대 무역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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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했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무역적자 규모가 60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미 흑자 규모가 큰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환율 절상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무역적자 규모가 10월의 560억달러보다 7.7% 늘어난 603억달러였다고 발표했다.

11월 미국의 수출은 956억달러, 수입은 1558억달러였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늘어난 반면 자본재 등의 수출이 줄어든 게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이었다. 국가별로는 11월에 중국이 166억달러, 캐나다와 일본이 각각 73억달러, 한국이 23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미국의 2004년 무역적자 규모가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적자 발표가 나오자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 JP모건은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4%에서 3.5%로 낮췄다. HSBC는 4분기 성장률이 3% 미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무역적자가 커진 것으로 나타나자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는 1유로당 1.3255달러를 기록, 달러 가치는 전날보다 1.19% 떨어졌다. 1달러당 엔화도 102.44엔으로 전날보다 0.85% 낮아졌다.

지난해 내내 약세를 보인 달러화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자 연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무역적자 규모가 다시 크게 늘어나자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의 무역적자 때문에 달러화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도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진 7개국(G7)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코노미스트 오트마 이싱은 "유로화 가치는 지나치게 조정됐다"며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아시아, 특히 중국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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