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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술대접 대신 세번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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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여성이 기업하기엔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이라서 안돼'라기 보다 '여성이니까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여성벤처협회가 21일 주최한 여성벤처기업인 성공사례 발표회에 참가한 (주)한국피엔알건설의 이혜경(46·사진)대표는 여성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성공을 여성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접대 문화를 답습하는 대신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거래처 상대방의 가족이나 취미까지 챙겼어요. 밤에 한번 술자리를 갖는 대신 낮에 세번 찾아가서 인사했죠."

한국피엔알건설은 교량이나 다리 등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를 주로 하는 건설업체다. 1997년 자본금 4억원 규모로 설립됐으며 2000년 벤처기업으로 등록됐다.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한국피엔알은 올 9월까지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경부고속철의 정비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여성들에게 생소한 건설업에 뛰어든 데는 소규모 건설업체의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건설업종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바탕이 됐다.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합니다. 하지만 기술이나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이 없으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죠."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학연과 지연이 전혀 없었다는 점.

"보통 남성 기업가들처럼 학연이나 지연을 앞세울 수가 없었던 만큼 유일한 통로인 정부 기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수해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땐 무료로 설계와 해결책을 제시해 이름을 알렸죠."

그가 생각하는 기업 대표의 역할은 직원들에게 자부심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남녀를 떠나 한 기업체의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앞으로는 외국과의 기술제휴 등을 통해 선진 기술과 기업 문화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이지디지털 이영남 대표, CNS 김태희 대표, 에스오엔코리아 이수복 대표, 애드온 최영선 대표 등도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이기도 한 이영남 대표는 "국내 1백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3천5백여개의 기업주가 여성인 만큼 여성 기업인들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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