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주술사'산타나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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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산타나가 '수퍼내추럴' 음반을 들고 음악팬들에게 돌아왔을 때 그것은 세계 음악계에 하나의 '충격'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거둔 것이다.

롭 토마스와 함께 했던 곡 '스무드', 프로덕트 G&B와 함께 했던 싱글 '마리아 마리아'는 그의 음악을 듣지 못하고 자라난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았다. 마침내 그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노장의 힘'을 과시했다. 미국 내 음반 판매량은 무려 1천 4백만장, 전 세계 판매량도 2천만장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산타나 열풍은 예외가 아니었다. 17만장의 판매기록은 침체된 국내 팝 음악시장에서 놀랄만한 성적이었다.

산타나 복귀의 절정은 2000년 그래미상 시상식. '올해의 음반''올해의 레코드' 등 모두 9개 부문에 걸쳐 상을 휩쓴 것은 그의 성공적인 복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하나의 마침표 같은 일이었다.

산타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샤먼'이란 제목으로 새 앨범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수퍼내추럴'을 선보인지 3년. '수퍼내추럴' 음반을 들으며 그의 탁월한 창작욕에 경외심을 품었던 음악팬들을 설레게 하는 일이다.

역시 이 음반에도 카를로스 산타나의 윤기 나는 기타 사운드가 모든 곡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음반 작업에 참여한 다양한 보컬리스트들도 각자 다른 색깔로 무게를 보태고 있다. '수퍼내추럴'을 성공시켰던 요소들이 이 음반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는 셈이다.

앨범의 첫 곡인 '아두나(Adouna)'는 이 음반을 여는 첫 곡으로 손색이 없다. 힘있는 리듬과 목소리가 듣는 사람의 몸을 들썩거리게 할 정도다.

평소 산타나를 흠모해왔다는 앤디 바르가스의 시원한 목소리, 산타나의 탄탄한 기타 연주, 그리고 역동적인 라틴 리듬이 3박자를 이룬다. 신나지만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라틴풍 음악에 자기만의 '맛'을 보탠 기타 연주가 역시 압권이다.

하지만 첫 싱글로 소개되는 곡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미셸 브랜치와 함께 한 '더 게임 오브 러브'. 귀에 쉽게 감기는 쉬운 멜로디로 노래를 부른 브랜치의 목소리에 산타나의 연주가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메이시 그레이가 부른 '아모레'와 다이도(Dido)가 부른 '필즈 라이크 파이어'는 두 세계적인 여성 보컬의 각기 다른 개성을 풍부하게 전한다.

산타나는 플라시도 도밍고와도 호흡을 맞췄다. 도밍고와 산타나가 서로 대화하듯 주거니 받거니 노래와 연주를 함께한 곡은 감미롭고 은은하다.

'수퍼내추럴'과 '샤먼' 등에서 나타난 산타나의 음악 세계는 다양한 장르와 이 분야 최고의 게스트를 존중하는 '크로스 오버'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의 연주에선 각기 다른 취향의 음악팬들을 모두 '산타나 팬'으로 싸안으려는 욕심이 엿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언젠가 '소수 평론가를 위해서 혹은 제멋에 겨워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그 욕심은 5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후배 연주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게 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 '수퍼내추럴'에 이은 '샤먼'의 완성도는 그 욕심의 아름다운 성과가 아닐까 싶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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