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74일째 비상경계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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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정부의 지난 5월 천안함 사건 대북 조치에 대응해 전군에 하달했던 비상경계태세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지난 5월 24일 외교부·국방부·통일부의 대북 조치 발표 이후 북한군은 비상경계태세 강화 조치를 발령했다”며 “북한군은 당초 지난달 10일까지 한시적으로 이 조치를 취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를 연장해 현재까지 이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말 한·미가 동해에서 대규모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고, 5~9일 우리 군이 서해에서 육·해·공 3군 합동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는 것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연말까지 매달 동·서해를 오가며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어서 북한군의 비상경계태세는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의 주체인 ‘전선서부지구사령부’와 ‘전선중부지구사령부’는 전시 편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전선사령부는 전시에 전방 군단의 편제를 바꿔 운용하는 조직”이라며 “천안함 사건 직후 우리 군이 취하고 있는 대응 조치에 맞서 전시에 가까운 편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휴전선 인접 부대의 총안구(관측 초소의 총구)를 여닫고, 14.5㎜ 방공 중기관총 4정을 묶어 비무장지대 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조치 발표 직후에는 휴전선 인근 포병부대에서 야간 화력 유도 훈련도 실시했다. 5월 27일 이후에는 판문점·개성공단·금강산관광지구의 장병들이 계속 철모를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북한군 고위 장성들이 수시로 휴전선 인접 부대를 방문해 근무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이 가끔씩 이 선을 침범하고 있지만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는 것이 우리 군의 설명이다.

◆북한 전투기 야간 작전 능력 제한된 듯=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 밤 NLL 인근을 초계비행한 북한의 미그-29 전투기는 가까운 기지가 아닌 평양 인근 기지에서 발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2월 말 이래 황해도 남부 지역에 최신예 기종인 미그-29기를 배치해 운용해 왔지만 이곳 전투기는 천안함 사건 때 이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 전투기들이 최신예 기종임에도 야간 작전을 위한 장비를 갖추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 공군의 F-15K와 KF-16은 야간 비행장치인 랜턴을 부착해 밤에도 낮처럼 작전이 가능하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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