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경 시민단체가 환경 팔아 장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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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대표적 환경운동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감시 대상 기업들에 물건을 강매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정치권력과 기업권력을 견제.감시하면서 시민 이익을 대변해야 할 시민운동의 존립근거를 뿌리째 뒤흔드는 사안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설립한 에코생협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수력원자력에 개당 3만원인 자가발전 손전등 1000개, 포스코에 같은 제품 300개를 팔았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에도 대량 판매를 추진 중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구매협조 공문을 받고 이 제품을 구입한 기업들이 얼마 전까지 환경운동연합의 시위로 홍역을 치른 당사자란 사실이다. 이들은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제품은 사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부안 원전센터 문제로 환경운동연합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7월 환경운동연합의 광양만 오염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에코생협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에코생협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안이 시민운동 전반에 미칠 위기감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첫째 덕목인 도덕성을 붕괴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내부에서조차 "환경 팔아 장사하느냐"라는 비난에서부터 '환경권력'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그동안 시민운동의 부작용으로 시민단체의 일탈행위가 적지 않았다. 일부는 정부와 공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보조금.후원금을 받아 눈총을 받았다. 시민단체 활동을 발판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시민운동은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사회를 정화하는 소금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시 대상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시민단체가 지켜야 할 첫째 금도(襟度)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권력화해 또 다른 부패의 온상으로 타락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은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