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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경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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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소득과 행복은 어떤 관계일까. 혹자는 욕망을 줄이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욕망을 얼마나 이루느냐가 행복의 척도이므로 분모인 욕망을 최소화하면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행복은 소득보다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이런 행복보다 소득이 높길 바랄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대니얼 해머메슈 교수와 아칸소대 이정민 교수는 소득과 불평이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주간지 뉴스위크 2004년 4월 7일자에 소개된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 노동시간, 가족 수 등이 비슷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불평이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없다"는 불평이 많았다고 한다. 돈이 많아질수록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게 된다. 그만큼 시간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더욱 화를 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국가별 행복지수에서도 소득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 미시간대와 월드밸류서베이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가 1위였고, 멕시코.덴마크.아일랜드.아이슬란드.스위스 순이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은 15위에 그쳤고, 일본은 42위였다. 한국은 중국보다 한 단계 낮은 49위였다. 지난해 영국의 과학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발표된 조사에서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고, 멕시코.베네수엘라.엘살바도르.푸에르토리코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도 미국은 16위였다.

경제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찾아나서고 있다. 이름하여 '행복 경제학''웰빙 경제학'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미 프린스턴대.심리학)교수는 같은 대학의 앤 크루거 (경제학)교수와 함께 소득 증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웰빙 계정(national well-being account)'을 내년까지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웰빙 계정이 국내총생산(GDP)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의 행복 증진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는 GDP 증가보다 웰빙 계정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웰빙 경제학은커녕 당장 일자리 걱정에 시달리는 우리에겐 꿈 같은 얘기다.

이세정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