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축언론의 지렛대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22년 동안 나를 지원해준 아들 딸 같은 여러분, 불평 한마디 없이 내 심부름을 도맡아준 가족들…만감이…교차…"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조영무(趙英武·70) 박사는 결국 눈물을 떨구며 낮게 흐느꼈다. 좁은 방안에 둘러앉은 30여명의 참석자들도 뭉클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10여 종 건축 전문지들 편집장과 젊은 건축비평가들은 건축계의 아웃사이더로 올곧게 건축 언론을 지켜온 조 박사의 그 뜨거운 눈물을 가슴으로 받아 안았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명동 2가 2번지 '명동서재'는 오십 평생을 건축 사랑에 바친 한 비평가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훈훈했다. 북받치던 감정을 추스른 조 박사는 "이제 '명동서재'의 꿈은 여기 모인 여러분들 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덕담으로 감사했다. 척박한 한국 건축 비평계에 말 길을 트고 건축 언론을 풍부하게 하려고 애써온 큰 어른의 뜻을 잇겠다는 후학들 속내가 더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1980년 문을 연 뒤 도시 건축 비평과 한국학 연구로 건축계 후배들에게 등불이 됐던 조영무도시건축연구실 '명동서재'가 22년 만에 뒷골목을 박차고 나와 세상에 깃발을 내걸었다.

이날 모임은 조 박사가 그 3평 남짓한 골방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정신을 되살린 '명동서재 상'을 제정하려는 초대 운영위원 위촉식이었다. 전진삼 '월간 건축인 포아' 편집인과 정귀원 편집장, 이주연 '공간' 편집주간, 박민철 '간향건축' 소장, 박기원 '이상건축' 편집장과 조경재 편집차장, 이우재 'C3' 편집장, 이종건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이공희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 함성호 'S.Y.A 건축' 소장 등에게 위촉패를 나눠주던 조 박사는 일일이 "잘 부탁해" "반갑다" "자네였구나"라고 인사하며 손을 굳게 잡았다.

'명동서재 상'은 2003년부터 해마다 건축 비평과 건축 언론 두 부문으로 나눠 한국 건축 발전에 애쓴 이들을 격려하게 될 민간 차원의 상이다.

미술 비평과 언론에 비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낮아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온 건축 비평가들과 건축 언론인들의 의욕을 북돋우고 건축 저널리즘을 활성화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 20여년 모아온 원고료를 선뜻 내놓은 조 박사는 "이 땅에 독창적인 건축 창조 행위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정신이 건축의 뿌리가 되도록 실천하는 데 '명동서재 상'이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서재 상' 탄생에 산파 구실을 한 전진삼씨는 "건축 관련 잡지만도 20여개가 넘지만 반향이 없는 한국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건축 언론에 힘을 실어주려는 스승의 깊은 뜻이 널리 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민철 '간향건축' 소장은 "건축과 도시와 인간을 비평으로 일관한 선생의 삶이 세상에 하나의 소중한 빛이 되도록 후배들이 '명동서재 상'을 잘 가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02-776-4803.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