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내달 추워지면 값 뛰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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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10일 롯데백화점 본점 7층 가전매장은 세일을 맞아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김치냉장고 코너다.

매장 관계자는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신제품은 10∼20%, 재고품은 30%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며 "11월 성수기에 못지 않게 하루 40∼50대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가 TV·세탁기처럼 필수 가전으로 인식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1백20만대 가량 팔렸던 김치냉장고가 올해 1백50만대 팔려 사상 처음으로 양문형을 포함한 일반 냉장고(1백30만대)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의 경우 가전제품 고급화 경향에 따라 인테리어 기능을 강화한 김치냉장고가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2백ℓ 이상 대형 제품도 선보였다.

김치 외에 생선·쌀·과일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별도의 냉장실을 갖춘 제품도 많아졌다.

특히 가전 유통업체들은 각종 행사를 통해 제품을 할인판매하거나 사은품을 증정하고 있다. 김장철이 되기 전에 제품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김치냉장고 고급화 바람=지난해에는 1백80ℓ급이 가장 큰 모델이었으나 올해엔 2백ℓ가 넘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삼성전자가 2백13ℓ급을 내놓은 데 이어 만도공조도 2백20ℓ급을 출시했다. 냉동고를 따로 갖춘 LG전자 제품은 3백ℓ에 이른다. 이에 따라 김치냉장고는 70∼3백ℓ까지 용량이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용량이 커진 만큼 기능도 다양해졌다. 김치 외에 생선·야채·과일 등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주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냉장에서 냉동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신제품들이 대거 나왔다.

LG는 영하 7도에서 생선을 살짝 얼리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은 야채와 과일을 따로 보관하는 전용칸을 두었다. 대우는 김치냉장고 맨 아래에 쌀 전용 보관함을 만들었다. 쌀·잡곡을 넣는 함이 분리돼 있고 쌀벌레 퇴치제를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넣을 수 있는 제품은 편리하긴 하지만 1백50ℓ 이상의 대형이어서 가격대가 1백만원 전후로 비싼 게 흠"이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를 강화한 것도 올해 달라진 경향이다. LG는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에 적용했던 티타늄 소재를 김치냉장고에도 적용했으며 우드·브라운·실버 등으로 색상을 다양화했다.

삼성은 기존 제품보다 20% 이상 비싼 고급형 가전 브랜드 하우젠을 출시하면서 김치냉장고의 패널을 네 가지 색상 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또 6만∼12만원을 내면 다른 색상으로 바꿔준다.

만도공조는 제품별 색상을 네 가지에서 열 가지로 다양화했다. 1백50ℓ급 이상 고급 모델은 계기판을 LED에서 선명도가 뛰어난 LCD로 바꿨다.

올해는 또 뚜껑을 열고 닫는 뚜껑식과 서랍을 넣고 빼는 서랍식을 혼합한 콤비형이 많아졌다.뚜껑식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용량이 커지면 물건을 넣고 빼기가 불편하고, 서랍식은 사용하긴 편리하지만 냉장고 공간의 손실이 많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하나=하이마트 관계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김치 보관용으로만 사용할 경우 김치 20∼30포기를 담을 수 있는 90ℓ급이면 적당하다"며 "식구가 많거나 김치 이외의 식품을 보관할 경우 1백20ℓ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삼성·만도·대우 등 가전 4사 이외에 청호나이스·태영 등 20여개 업체가 김치냉장고를 만들고 있어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SK디투디·인터파크 등 인터넷 쇼핑몰들은 자체 브랜드(PB)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전 4사 제품의 경우 90ℓ급이 60만원대, 1백30ℓ급이 1백만원 내외다. 다양한 기능이 부가된 2백ℓ급 이상은 1백30만∼1백60만원이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 PB제품은 30% 이상 저렴하다.

SK디투디 관계자는 "유통단계를 줄인 데다 일부 불필요한 기능을 없앴기 때문에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입시 제조 연·월일을 꼭 확인해야 한다.

너무 싸게 파는 제품의 경우 출고 후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너지효율 등급도 확인해야 한다. 1년 내내 전원을 켜 놔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전력 1등급 제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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