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폭염’인데, 개미들 큰 재미 못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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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800선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3일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8.33포인트(0.47%) 오른 1790.60에 장을 마쳤다. 2년2개월 만에 1780선을 넘은 이튿날 1790대 고지를 밟은 것이다.

코스피는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의 강세에 힘입어 1796.00에서 출발해 18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차익 실현을 노린 개인투자자(2660억원)와 환매에 대비한 투신(497억원)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상승폭을 크게 키우진 못했다. 북한이 서해 훈련에 물리적인 타격을 주겠다고 위협한 것도 추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외국인은 260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열흘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지만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더블딥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외국인과 연기금의 수급 상황이 긍정적인 데다 시장 주도주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반등 양상을 보이는 등 추가 상승을 위한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의 상승세에도 개인투자자는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700선을 회복한 지난달 9일부터 연고점(1790.60)을 기록한 3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은 -6.51%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은 각각 13.3%와 5.61%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산 하이닉스가 13.41% 하락한 데 비해, 기관의 순매수 1위인 LG는 31.36%나 올랐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저가 매수 성향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낙폭이 컸던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등을 많이 샀다”며 “상승장에서는 저가 매수보다는 상승 추세가 살아 있는 종목을 선택하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을 이끄는 외국인·기관과 달리 개인투자자는 자금이 부족한 만큼 지수 상승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들도 오르는 주가를 바라보며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IT 등 주도주의 부진으로 펀드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5.66%로 코스피 상승률(6.61%)에도 못 미쳤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시장 주도주로 꼽히던 IT와 자동차 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최근 한 달 동안 많이 오른 금융주와 조선주의 편입 비중이 낮다 보니 펀드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환매로 편입 비중이 높은 IT주를 내다 팔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도 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임 연구원은 “순환매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것도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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