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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막히자 화물機 초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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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 서부 항만의 마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상운송뿐 아니라 항공운송에도 병목현상이 빚어져 아시아 지역의 수출업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미 서부지역으로의 해상운송길이 막히면서 아시아 지역의 항공화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항공운임도 크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는 수출업자들의 치열한 경쟁 탓에 항공운임이 무려 40% 가까이 뛰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싼 항공운임보다도 수출업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화물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 항공화물업계는 수출업자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화물을 운송하는데,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항공화물업체들은 예약이 거의 다 찼고 증편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세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특송업체만큼이나 비싸다.

납기를 맞추려는 수출업자들은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고 화물기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화물운송에 투입될 수 있는 비행기 편수는 빠듯한 실정이다.

세계 최대의 전세화물기업체 중 하나인 홍콩의 폴라항공 관계자는 "사용이 가능한 화물기의 예약이 이미 끝났는데도 끊임없이 전세기를 구해달라는 요구가 밀려온다"며 "'화물기 구하기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시아 최대의 대미(對美) 수출국인 중국은 미 서부지역으로 보내는 수출품의 91%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운송을 주로 이용하는 정밀전자제품의 수출비중이 늘어나면서 항공운송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항만 폐쇄 여파로 현재 중국발 해상운송 화물이 항공화물로 몰리자 항공운송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처럼 화물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자 아시아 지역의 일부 항공사들은 화물기의 증편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매주 46편의 미국행 화물기를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주 2∼3대의 화물기를 증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항공도 매주 8편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증편할 수 없는 항공사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대만 2위의 항공사인 에바항공은 "미 서부 항만의 마비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화물편의 예약이 꽉 찼다"며 증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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