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일본인의 대 이은 '한국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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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의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전시.박람회 기획자 기타모토 마사타케(北本正孟.71)가 경남 양산시 영산대의 석좌교수로 부임한다.

영산대는 11일 "석좌교수로 임용된 기타모토가 3월부터 컨벤션.이벤트 전공 학생들에게 '이벤트 기획론'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전시.축제 기획을 담당하는 지역 공무원 및 업계.학계 관계자에게도 강의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타모토는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85년부터 4년마다 열리는'세계음식박람회(오사카)'와 유명한 가을축제인 '미도스지 퍼레이드'를 다섯차례나 기획한 일본의 대표적인 이벤트 전문가다. 그는 고(故) 손기정 선수의 코치를 2년 간 맡아 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따도록 도운 기타모토 마사미치(北本正路.95년 작고)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번에 영산대 석좌교수로 오기까지는 이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이 작용했다.

기타모토는 "아버지와 손기정옹과의 인연뿐 아니라 93년 대전엑스포와 2001년 이천 세계도자기축제를 기획하며 만났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무엇이든 배우려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무형 영산대 호텔관광학부 학장은 "기타모토는 도자기 등 한국의 문화를 대단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전시.박람회 분야의 대가인 그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산대는 기타모토가 수집한 1만5000여점의 사진자료를 기증받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계획이기도 하다.

기타모토는 "아버지가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스포츠 친선대사'였다면 나는 양국 간에 '문화 친선대사'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의 한류 열풍과 관련, "문화적인 콘텐트가 무역.외교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한류가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국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학생들과 함께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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