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청야니 ‘나도 골프 여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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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치켜든 청야니. [사우스포트(영국) AP=연합뉴스]

J골프 중계 화면에서 청야니(21·대만)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 타 차로 추격하던 캐서린 헐(호주)의 17번 홀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스쳐 지나갔을 때다. 대서양 건너 미국 플로리다에서 경기를 지켜봤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그랬을 것이다. 퇴임한 골프 여제 소렌스탐은 청야니가 차세대 골프 여제가 되기를 바란다.

청야니가 2일 영국 리버풀 인근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여자 브리티시 오픈에서 11언더파로 우승했다. 헐의 추격을 한 타 차로 물리쳤는데 소렌스탐의 응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소렌스탐은 4라운드를 앞두고 “네가 1위 자리에 있는 것을 보니 매우 행복하다. 네가 있을 자리이며 행운을 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선수의 후원을 받는 청야니는 큰 판에 강하다. 4승 중 3승이 메이저 우승이다. 21세인 청야니는 1870년 톰 모리스 주니어(당시 19세)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그는 올해의 선수 부문 점수에서 146점으로 미야자토 아이(일본·142점)를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크리스티 커(미국)가 133점으로 3위, 최나연(23·SK텔레콤)이 111점, 신지애(22·미래에셋)가 105점으로 그 뒤다. 세계 랭킹 5위인 청야니는 신지애·미야자토·커·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벌이는 신골프 여제 경쟁의 선두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청야니가 골프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15세이던 2004년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 결승에서다.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68타를 치고 욱일승천하던 동갑내기 미셸 위를 그가 꺾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최고는 아니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선 유소연에게 금메달을 내줬고 프로 전향 후 아시아 미니 투어에서 신지애·박희영·지은희에게 밀렸다.

지난해 4월 소렌스탐의 집을 산 것이 청야니가 부쩍 성장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둘은 무척 친해졌고 청야니는 “소렌스탐의 우승 트로피를 채웠던 거대한 방을 나의 트로피로 장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소렌스탐이 멘털 게임에 대해 많은 조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대만의 박세리다. 그런 그를 중국에서 스카우트하려 했다. 2016년부터 정식 종목이 된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위해서다. 중국은 대기업을 통해 전용기를 포함한 파격적인 후원을 제시하면서 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만 골프의 역사를 쓰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중국의 제의를 거절했다.

김인경(22·하나금융)·최나연이 7언더파 공동 3위. 서희경(24·하이트)·양희영(21)이 6언더파 공동 5위, 신지애는 1언더파 14위로 경기를 마쳤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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