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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자율고 취소 강행…교과부 역공 피하려 발표는 9일로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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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친전교조 성향의 김승환(사진)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교육청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 취소 공문을 2일 해당 학교에 각각 보냈다.

교육청은 당초 이날 두 학교에 대한 자율고 지정 고지를 할 예정이었다. 남성고와 중앙고는 지난 6월 7일 자율고로 지정, 고시됐다. 자율고는 전국에 50개가 있으며, 지정 취소는 이번이 전국 첫 사례다.

전북도교육청은 자율고 지정 취소 이유로 ▶학교법인 측의 법정부담금 납부 불확실성 ▶고교 평준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 ▶불평등 교육의 심화 등 세 가지를 들었다. 교육청 측은 6일까지 해당 학교 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9일 최종 결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주재봉 전북도교육청 관리국장은 “자율고 지정·고시 처분 취소와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교과부와 협의 없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자율고 지정 취소에 대한 최종 결정을 2일에서 9일로 미룬 것은 교과부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교육청 내부 분위기다. 교과부의 입장이 확고해 앞으로 손배소송 등 법적 다툼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교과부 구자문 학교제도기획과장은 “전북도교육청은 5월 말 교과부에 낸 자율고 지정 신청서에서 해당 학교들이 법인전입금과 교육과정 운영기준을 충족하는 등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며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구 과장은 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유권해석은 해당 법의 관할기관인 교과부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규정상 교육감은 시정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또 법원 판결을 기다려봐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이 ‘자율고 지정 취소’라는 강수를 둔 배경의 중심에는 친전교조 성향인 김승환 교육감이 있다.

김 교육감은 선거 때부터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특권교육에 반대한다”며 “자율고 지정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을 경우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자율고는 내신성적 50% 이내 학생이 지원해 추첨으로 선발하며, 신입생의 20% 이상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금·수업료가 일반학교의 3배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약자는 사실상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북도교육청의 판단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재단의 법정부담금 납부 불확실성도 주요 사유로 들고 있다. 올해 말까지 남성고는 10억원, 중앙고는 16억3000만원의 출연금 납부를 약속했지만 재단의 자산이 부동산·배당금 등이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홍철표 남성고 교장은 “전북도교육청이 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부담금도 현금 10억원을 포함해 70여억원의 금액을 이미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원진 기자,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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