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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외국 기업인이 본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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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는 올해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통해 고용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잘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수석 부회장과 장 자크 그로하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CCK) 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오버비는 1995년부터, 그로하는 94년부터 주한 외국기업을 대변해온 '한국통'이다.

*** 태미 오버비 주한미상공회의소 부회장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뿐"

오버비 부회장은 '지한파(知韓派)' 수준을 넘었다. 그는 '애한파(愛韓派)'로 불리길 좋아한다. 1988년 관광하기 위해 한국에 들렀다가 아름다운 경치와 한국 사람의 인정에 매료돼 계속 머물렀다. 그는 "한국 경제는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 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만 보면 시장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03년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암참 회장단을 동행토록 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그만큼 주한 외국 기업을 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제스처를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렵다고 말하는 한국 기업인에게 '지난해 실적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목표를 채웠다'고 대답한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기업인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측면이 많다. 지난해부터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 기업 중에서도 GM과 GE캐피털.씨티은행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 주한 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투자다."

-한국의 투자 여건은 어떤가.

"한국은 중국과 일본보다 기업 하기에 더 좋은 나라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중국은 숙련된 인력.사회간접자본 등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일본은 경제 수준은 앞섰지만 금융 시스템과 기업의 투명성에서 한국에 뒤져 있다. "

-지난해 기억에 남는 일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미국 8개 주요 도시 순회 공연을 했을 때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노 대통령을 모시고 외국계 기업인들과 만찬을 열었던 일이다. 어느 해보다 한국 정부.사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한 해였다."

최준호 기자

*** 장 자크 그로하 주한EU상공회의소 소장

"정부 장기비전 안 보여줘"

"특정 지역이 아니라 한국 전 국토가 경제자유구역이어야 외국인 투자가 쏟아질 것이다."

그로하 소장은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각종 투자유치책에 대해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가 경직돼(stiff) 있어 잘 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기업 관련 규제를 많이 푸는 등 변했다고 하지만 유럽 기업인의 입에서는 '사업하기 편해졌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한국에 진출할 유럽 회사가 있나.

"아직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 한국 정부가 장기적인 경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어떤 비전을 보여야 하나.

"10년, 20년 뒤 한.중.일 동북아경제공동체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밝혀야 한다. 한국이 생산기지가 될 수는 없다. 공장은 모두 중국에 간다. 노동력이 싸기에 지금 한국 기업조차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지 않는가. 비전 제시가 없어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unstable) 생각한다."

-생산기지가 아니라면 시장으로서의 매력은.

"중국의 인구를 보라. 투자란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것인데 10년 뒤 중국 시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게다가 요즘 한국은 내수가 얼어붙었다. 이건 경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수출로 한국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조선.철강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2006~2007년이면 중국은 미국에 값싼 자동차를 팔기 시작한다. 조선 분야도 10년 안에 중국이 한국의 쟁쟁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중국의 도전 때문에 한국의 수출 신장률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내수를 키워야 한다."

-성장과 분배 중 정부는 어디에 힘써야 하나.

"분배다. 그래야 내수가 큰다. 내수를 키워 경제가 건강해지면 성장은 그 결과로 자연히 따라온다."

글=권혁주<woongjoo@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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