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재산 연말 까지 나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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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서울 강남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朴모(52)씨는 예금·신탁 등 금융자산이 10억원에 이른다. 이자소득이 연 4천만원을 넘는 만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다. 지금까진 별 생각 없이 모든 금융상품을 자기 명의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朴씨의 경우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세금을 꽤 줄일 수 있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부부간 자산소득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부부합산 과세가 개인별 과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부부간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 자산소득에 대해 합산해 세액을 산정해온 소득세법 61조가 효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부부합산 과세에 대해 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중인 부부들의 경우 이미 낸 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되며, 올해부터 부부 각자가 소득이 있는 경우 개별적으로 과세를 적용받는다.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팀 김근호 세무사는 "朴씨처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자산가의 경우 올해 안에 배우자에게 증여를 해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朴씨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朴씨는 사업소득금액이 8천만원이고 금융재산이 10억원이다. 연 5%의 이자수입을 올리고 있다. 부인 金씨는 특별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다.

朴씨가 지금처럼 모든 금융자산을 자기 명의로 둔 채 그대로 있는 경우 연 소득세는 2천6백70만원. 이자소득이 4천만원을 넘는 부분(1천만원)은 종합소득에 포함돼 최고 36%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그림 참조>

그러나 부인 金씨에게 5억원의 금융재산을 증여할 경우 소득세는 2천4백60만원으로 지금보다 연 2백10만원이 줄어든다.

朴씨는 10년 후 나이가 더 들면 부인 명의로 조그마한 상가를 사들여 임대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만약 8억원짜리 상가를 사들일 경우 朴씨가 올해 재산을 증여하지 않으면 9천만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

부부합산과세가 폐지되는 대신 부부간 재산을 증여할 때 세금을 공제하는 기준을 현행 10년간 5억원에서 내년부터 3억원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여재산 8억원 중 3억원은 공제가 되지만 5억원에 대해선 최고 20%에 이르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반면 朴씨가 올해 안에 부인에게 5억원을 증여한 경우 증여세 부담이 없다.

올해 5억원을 증여한 뒤 10년이 지난 후 다시 3억원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전부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朴씨가 올해 안에 부인에게 5억원을 증여하면 10년간 소득세 2천1백만원과 증여세 9천만원 등 모두 1억1천1백만원을 절세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례처럼 부부의 소득이 한 사람에게 치우쳐 있는 경우엔 금융재산이나 부동산 등을 배우자에게 증여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종합소득세 절세가 가능하다. 또 나중에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 등을 사들일 때도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그럼 부부간의 재산은 어떻게 분산해야 효과적일까. 우선 부부의 각자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 한다. 본인과 배우자 중에 누가 자산소득 이외의 소득이 많은지를 판단한 뒤 이자소득·배당소득·부동산임대소득은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몰아줘야 한다.

예금의 경우 예금통장, 주식의 경우 주식증서,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등본의 명의를 소득이 적은 사람 명의로 바꿔주는 것이다.

둘째로 올해 안에 증여세 공제한도인 5억원을 한꺼번에 증여하는 게 효과적이다. 배우자간 재산을 증여할 때 공제금액이 내년부터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한꺼번에 5억원을 증여하고 10년이 지난 뒤 추가로 증여를 하면 3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셋째, 금융재산은 예전처럼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천만원까지는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비과세와 세금우대 금융상품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과세 금융상품은 올 연말에 없어지는 것이 많아 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39.6%)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이면서 거액의 금융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는 5년 이상의 장기채권, 장기예금 및 은행 후순위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상품은 이자를 지급받는 시점이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이므로 금융상품의 이자지급 시기를 조정해 이자소득이 특정 연도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다만 아직 부부합산과세에 대한 세부지침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섣불리 예금을 빼거나 옮기지 말고 거래은행의 PB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자산 전체를 적절하게 '리모델링'하는 게 필요하다. (도움말 하나은행 김근호 세무사)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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