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급감 등 악재 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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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수확의 계절을 맞았건만 주식 투자자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우려로 국제 유가가 연일 오르는 등 세계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증시는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사상 최저 수준인 현재의 금리(1.75%)를 유지키로 했다. 경기 부진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미국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이로 인해 지난주 미국 증시는 다섯주째 하락세를 이어가 다우지수는 8,000선이, 나스닥지수는 1,200선이 무너졌다. 이 바람에 국내 주가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각종 경제 지표는 여전히 견실한 편이고, 기업의 하반기 실적도 상반기보다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주가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다 보니 하락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증시자금 사정도 아주 나쁜 편이다. 고객예탁금은 19일부터 계속 줄어 지난 주말엔 8조5천억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에 이르렀고, 국내 기관 펀드의 현금 보유 비중도 20% 미만으로 떨어져 매수 여력이 바닥 수준인 상태다.

이달 들어 8개월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도 막판에 팔자로 돌아섬에 따라 10월에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주가의 거울이라고 하는 거래량도 연일 2조원 안팎을 맴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바뀌기 힘들 전망이다.

증시의 가장 큰 호재는 '주가 급락'이라는 말도 있지만 1차 하락 저지선인 700이 깨졌고, 660마저도 한때 무너졌던 현 시점에선 이마저도 힘을 못쓸 전망이다. 기술적 반등이 있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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