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오염방지 연구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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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폐광산과 관련된 최근의 보도는 경북·강원 지역의 수해가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현재까지 당국이 파악한 전국의 휴·폐광산은 1천여 곳에 달한다. 대부분의 휴·폐광산에서 폐기물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고 주변 계곡에 방치되거나 광산 갱내수·침출수가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하천·지하수와 농경지가 비소·납·카드뮴·구리·아연 등의 중금속으로 오염됐거나 그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그 심각성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동안 이런 문제가 등한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 어렵게 됐고 투자해야 할 인력과 재정도 늘려야 할 상황이다.

광해(鑛害)를 발생시키는 광산 쓰레기에는 광미(鑛尾)·폐석·슬래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광미는 선광(選鑛) 과정에서 유용 광물을 추출하고 남은 미세한 암석 분말로 중금속 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광산 주변이 오염되는 것은 주로 광미의 황화광물(黃化鑛物)이 산화하면서 과량의 수소이온이 생성되고(산성화), 중금속이 용출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북 봉화·상주에서 채취한 광미의 중금속이 빗물에 용해되는 과정을 모의실험했다. 그 결과 1시간 동안에 비소·카드뮴·구리·아연 등이 상당량 용해됐다. 특히 비소의 경우 토양오염 대책 기준(공장·산업 지역)을 훨씬 넘는 양이 녹아나와 심각성을 가늠케 했다.

이 같은 물질은 지하수·토양·농작물 등을 오염시키고 이를 통해 인체에 들어온다. 이들 물질은 낮은 농도에서도 독성이 매우 강하다. 예컨대 비소는 피부암을 포함한 각종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며,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 때문에 잘 알려진 중금속으로 뼈 관련 질환의 원인이다. 특히 비소나 중금속은 토양에 함유돼 있거나 물에 녹아 있어도 항상 특이한 냄새가 나거나 색을 띠지 않는다. 따라서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부는 주변 토양이 오염될 우려가 큰 1백60여 곳을 중점 관리하고 있으며, 광산 하나에 평균 13억원씩을 들여 오염 방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광산에 옹벽을 설치하고 복토를 하는 방법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문제를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오염 방지 사업이 끝났어도 이번 호우 때 심각한 광해 문제를 일으킨 경북 봉화 금정광산의 경우와 같이 어설프게 처리된 사례도 있다.

우리 나라의 광산 지역 오염 방지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모든 광산에 대해 일률적인 방법을 쓰기보다는 처리하고자 하는 광산 쓰레기의 중금속 오염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광산 쓰레기에 들어 있는 중금속들의 오염도와 특성이 서로 다르므로 오염 지역을 정화하고 복구할 때는 반드시 이들 중금속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광산 지역의 오염 방지에 대한 법적인 지원이나 책임은 미약한 편이다. 채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광산(가행 광산)의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현행법은 보완해야 한다. 폐광했을 때의 환경오염에 법적 책임을 물어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산 지역의 오염원을 파악·제어함은 물론 자연생태계 복원 등에 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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