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病 치료하다 회사 차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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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식을 치료하다 보니 사업이 됐고 사장이 됐다?

㈜루디아바이오테크의 하종심(43) 대표이사의 사업은 이렇게 이뤄졌다.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하루는 세살난 큰아들이 집 부근 약수터에서 놀다 돌아왔는데 온몸이 붉은 반점이 솟고 얘는 가렵다고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곧장 용하다는 피부과의사를 찾아갔는데 의사는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날부터 하사장은 가려움과 긁어 생긴 진물투성이의 큰아들 몸을 들여다보고 가슴만 쓸어내리는 고통의 나날이 계속됐다.

"이대로 뒀다간 얘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치료약을 개발하겠다고 맘을 먹었죠."

하사장은 곧장 책방으로 달려가 피부와 관련이 있는 약초를 다룬 책을 모조리 사들이고 밤을 새우며 독학을 시작했다. 화학물질을 조합해 만든 기존 치료제는 피부에 손상을 주고 치료효과도 단기적이라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생약성분의 치료제를 개발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 이때가 96년 초.

2000년 초에는 회사를 차리고 아예 한양대에서 1년 동안 대체의학을 공부하며 체질과 기초한의학을 공부했다. 아들을 임상대상으로 삼은지 5년,그는 지난해 초 율피(밤껍질)와 두릅나무·다시마 등 18가지 약초를 혼합해 만든 '아토피가라'라는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어머니의 임상 실험을 거치며 약간의 가려움증만 있을 뿐 진물이 나고 반점이 생기는 증세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사장이 개발한 '아토피가라'는 곧바로 국립 '한국화학시험연구소'로 보내져 성분 및 효능 검사를 받아 피부 손상 없이 가려움증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다. 품질이 뛰어나다 보니 '좋은 화장품'이라는 상표로 유명한 한국콜마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 생산에 동의했다.

지난해 5월부터 제품을 판매, 7개월 만에 1억2천만원어치를 팔았다. 올해 매출은 2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이 늙어서도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치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형규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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