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는 있는데… "문제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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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지난 14일부터 나흘동안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서울국제 프랜차이즈 창업전시회에는 5만명이 넘는 관람객들로 행사기간 내내 북적거렸다. 그 중에서도 창업자금을 상담해주는 코너에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가 모였다.

예비 창업자들의 발은 성공가능한 업종을 찾는데 움직였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결국 창업자금인 셈이다. 여기에다 최근 은행권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절차는 까다롭지만 조건이 좋은 공공기관의 창업자금 지원 창구로 눈을 돌릴 필요가 생겼다. 은행대출보다 좋은 금리에 무보증·무담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신용불량 등의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공공기관의 창업자금을 얻을 수 있다"며 "높은 금리의 사채나 담보를 요구하는 은행에서 빌리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공 자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당장 두드릴 수 있는 곳은 근로복지공단(www.welco.or.kr·02-2232-4827)이다. 공단측은 담보나 보증없이 '장기실업자 자영업 창업자금'과 '실직 여성가장 자영업 창업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구직을 신청한 뒤 6개월이 지난 장기실업자와 실직여성가장에게 1억원(서울시 및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선 7천만원) 한도에서 점포지원금을 빌려 준다. 공단이 점포를 빌려 신청인에게 직접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연리 7.5%의 이자에 최장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80만원 이하인 점포만 신청 가능하고,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연도에 재산세 납부실적이 없어야 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www.womanbiz.or.kr·02-528-0202)는 저소득 여성가장의 생계형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리 4.0%의 저금리로 점포 임대료를 2천만원까지 융자해 주고 있다. 월소득 92만원 이하, 재산규모 4천5백만원 이하인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상환기간은 4년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www.kepad.or.kr·031-728-7002)은 창업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장애인에게 5천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연리 3.0%에 5년 분할상환이며, 기술·운전자격증 등을 가진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준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 지원센터(www.sbdc.or.kr)에서 주는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자금'은 올해분 재원이 지난 4월 바닥났다. 내년도 자금을 받기 위해선 미리 지원센터에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최고 1억원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한도까지 최대한 빌리는 것은 위험하다. 기간 내 이자를 연체하면 다음번 대출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건이 좋은 정책성 창업 자금을 받으려는 예비창업자가 줄을 섰다.

근로복지공단 복지부 관계자는 "조건이 좋은 만큼 이자를 꼬박꼬박 내면서 신용을 쌓아가야 한다"며 "상환기간 내에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수 있는 정도로 능력에 맞게 공공기관의 창업자금을 빌리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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