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밝힌 조기 종영의 이유는.
"2주 전 한 고위 관계자가 '시청률이 잘 안 나오니 자르자'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현재 17~18% 정도 나온다('영웅시대'는 지난 4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억울한 생각이 들어 '문제 있으면 시원하게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고만 답했다. 다만 '바깥 평판이 안 좋고, 노조도 강하게 들고 나온다'고 하더라. '바깥'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노조도 현재 MBC의 시사프로그램과 이명박 서울시장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이 시장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당신은 어떻게 판단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시장을 미화했다는 것 때문 아니겠는가. 대선 주자 후보여서 이 시장은 못 다루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그리지 말아야 하고. 그렇게 박근혜.이명박이 무서운가. 참 한심하고 불쌍하다. 미화라는 건 말도 안 된다. 나 자신이 박정희 독재정권의 희생자다. 아버지가 6.25 부역자 명단에 오르는 바람에 연좌제에 걸려 5형제 모두 취직도 못했다. 맏형은 대학 입학까지 거부당했다. 이런 내가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겠는가. 허허벌판에서 우리 경제를 일으킨 과정을 사실에서 한 점도 벗어나지 않게 그린 것뿐이다.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이 독재하다 총 맞아 죽는 장면도 나온다. 또 이 시장은 그 시대 샐러리맨의 신화로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정치적인 역할은 전혀 나오지 않고 80회 정도에서 사라질 계획이었다."
-외압을 직접 받은 적은 있나.
"방송이 시작되기 전 여권 고위 관계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정치권 차세대 주자를 다룰 때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상당히 여러 번 전화를 받았다."
-'영웅시대' 출연진의 반응은.
"지난 2일 녹화장에서 박종 제작본부장이 연기자들에게 직접 조기 종영을 통보했다. 이명박 시장(극중 박대철) 역을 맡은 유동근씨가 '이 시장 때문에 뻑뻑해서 그런 거면 나만 빠지겠다'고 말했지만 소용 없었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데 어떻게 끝내야 할지 암담하다. 방송국이 현 정권의 입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니까 드라마를 갑자기 끝내라고 한 데 대해선 정권을 탓할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의 구악을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