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의 맛 살린 청소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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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주영의 장편 소설 『홍어』가 청소년용으로 만들어졌다. 새하얀 눈풍경 속에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 성에 눈 떠가는 열세살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어머니·아들·소녀와 또다른 여인 등 등장인물의 관계가 모호하지만 상대방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품고 있는 의혹 등이 모두 여운으로만 다뤄져 소설적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어느날 소년의 집에 열여덟살 가량의 거렁뱅이 소녀가 도둑처럼 찾아드는데 어머니는 삼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삯바느질 심부름을 시킨다. 소년이 남매같은 친밀감을 갖게 된 삼례는 갑자기 사라지고, 눈 쌓인 어느날 또다른 낯선 여인이 찾아와 아기를 놓고 가버린다. 그런데 정작 기다리던 아버지가 돌아오자 어머니가 떠나버린다. 기다림의 끝이 떠남이라는 설정이 잔향을 남기며, 동양화가 김세현의 삽화는 소설의 이미지를 더욱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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