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1년]美지도자들 옛 명연설 낭독 용기 북돋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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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슬픔에 잠긴 미국 전역에 고도의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국 지도부는 11일 추모행사에서 역사적 명연설들을 통해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격려했다.

○…이날 오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는 '국민의,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구절이 담긴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했다.

또 제임스 맥그리비 뉴저지주 지사가 독립선언문 요지 낭독에 이어 오후 7시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추도식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네가지 자유' 연설문을 낭독,'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미국민에게 긍지와 용기를 심어줬다.

배터리 파크 행사에는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 등 각국 정상이 '영원의 불꽃'에 불을 피우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연대를 다짐했다.

○…클래식과 재즈 콘서트, 시 낭독회, 연극, 작품전 등이 이어진 뉴욕의 9·11 테러 1주년 추모행사는 12일 자정(현지시간)까지 계속됐다.

센트럴 파크에서는 오후 8시부터 여배우 메릴 스트립과 가수 빌리 조엘이 참석한 콘서트가 열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컬럼비아대 음악당에서는 12시간에 걸친 시 낭독회가 열렸다.

○…11일 미국 내외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와 이탈리아 로마·덴마크 코펜하겐 등 유럽 주재 미국 공관 8곳에서 백색가루가 들어 있는 편지가 발견돼 탄저균 여부에 대한 우려 속에 현지 당국이 성분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1백여명을 태우고 테네시주 멤피스를 출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던 노스웨스트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중동 남성으로 보이는 탑승객 3명이 따로따로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아 아칸소주 포트 스미스 공항에 불시착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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