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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데이트] 은퇴 선언한 41세 양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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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선수로는 뛸 수 없었다. 그러나 후배들의 훈련을 도우며 굵은 땀방울을 훔친 양준혁은 “올해 대타로 출전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한 타석에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신인 때보다 더 긴장했다”면서 “은퇴를 결심하니 홀가분하다. 매일 전쟁을 치르듯 야구를 했지만 이젠 한 걸음 뒤에서 야구를 볼 때”라고 말했다.

은퇴를 선언한 삼성 양준혁이 27일 대전구장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41세의 나이로 은퇴하는 양준혁은 “내 라이벌은 투수도 선후배도 아니었다. 나 이가 많으면 야구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었다”고 말했다. [삼성구단 제공]

◆양준혁 코치, 양준혁 사장=은퇴 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지만 양준혁의 ‘야구인생 2막’의 스케일은 훨씬 크다. 양준혁은 “내 꿈은 여전히 야구다. 그 안에 지도자도 포함되겠지만 야구를 하면서 얻은 돈과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유소년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양준혁 야구장’을 짓기 위해 대구 인근의 땅을 알아보고 있다. 4개 구장이 들어서는 파크식 야구장을 짓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은퇴를 결심하면서 야구장 부지를 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장학재단 설립도 기획 중이다. 양준혁은 “말부터 앞세우기 싫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떠난 선수답게 규모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그가 프로 18년 동안 받은 연봉 총액은 50억4800만원이다.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금이 15억원에 이르고, 각종 보너스도 쏠쏠하게 챙겼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만큼 부동산 등 자산 관리도 잘했다. ‘야구장 사장님’ 소리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양준혁은 끝내 노총각으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는 “이제 더 열심히 ‘작업’을 해야겠다. 장가를 안 가니 다들 (몸에) 문제 있느냐고 하는데 난 멀쩡하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년에는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내 스타일은 미국 야구와 어울릴 것 같지만 일본도 장점이 많다.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구단의 지원을 받기보다 스스로 원하는 팀을 선택해 공부할 생각이다.


◆내 라이벌은 ‘편견’이었다=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양준혁은 7회 3점 홈런을 터뜨렸다. 고향 팬들 앞에서 그린 시원한 포물선을 보며 ‘내 마지막 모습으로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아끼는 기록인 프로 최초 2000안타(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전)와 통산 최다 341홈런(2009년 5월 9일 대구 LG전)을 세운 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그는 은퇴를 발표했다.

1993년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당시엔 35세까지 뛰면 대단하다고 여겼다. 24세에 데뷔했으니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숱한 라이벌과 싸웠다. 수백 명의 투수와 대결했고, 홈런과 타점 등에서 이전 기록들을 갖고 있던 장종훈(한화 코치)과 홈런왕 이승엽(일본 요미우리)도 경쟁자였다. 그러나 시즌 홈런왕이나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는 양준혁은 모두를 뛰어넘었다. 18년을 꾸준히 치고 달리며 ‘2인자가 최고가 되는 법’을 온몸으로 웅변했다.

양준혁은 “내 라이벌은 투수도 선후배도 아니다. 나이가 많으면 야구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었다”면서 “프로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돼야 한다. 기량이 된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마흔 살, 쉰 살까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구선수로는 환갑을 넘겼던 그는 대한민국 40대의 희망이었다. 20대 초반 선수들과 몸을 부대끼며 이겨내는 양준혁을 보며 많은 사람이 힘을 얻었다. 양준혁은 “중년에 들어선 40대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떠나 미안하다”고 했다. 야구로는 여한이 없지만 “힘은 아직 팔팔한데”라고 외치는 청춘 같았다.

대전=김식 기자

양준혁은

▶생년월일=1969년 5월 26일

▶신체조건=1m88㎝·95㎏

▶가족=2남1녀 중 막내, 사촌형 양일환(전 삼성 코치)

▶출신교=남도초-경운중-대구상고-영남대

▶프로 경력=삼성(1993~99년), 해태(99년), LG(2000~2001년), 삼성(2002~2010년)

▶ 수상 경력=신인왕(93년), 타격왕(93, 96, 98, 2001년), 타점왕(94년), 최다안타왕(96, 98년), 골든글러브(96∼98, 2001, 2003~2004, 2006~2007년)

▶ 프로 통산기록=2131경기 출전, 7325타수, 2218안타, 351홈런, 1389타점, 1299득점, 3879루타, 4사구 1380개 등 프로야구 통산 1위

▶ 별명=양신(梁神·삼성 팬들에겐 신 같은 존재라는 의미), 개폼(거친 타격 폼 탓), 괴물(무시무시한 힘 덕분), 준혁 학생(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윤시윤의 역할)

▶ 취미=음악감상(최신음악을 듣는 속도는 20대 선수들보다 빠르다), 낚시(시즌이 끝나면 낚시 여행을 즐긴다), 요리(오랜 독신 생활로 수준급 실력)

▶이상형=귀엽고 지적인 여자(친한 여자 연예인 추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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