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 찌른'뛰자! 한국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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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군들 집에만 있고 싶겠어요.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아줌마를 받아주는 곳이 없는데, 사회구조는 내버려두고 여자보고만 의식을 바꾸라니 기가 막힙니다."

"가족을 위해 알뜰하게 살고 있는데 알량한 생활비 몇푼 쓴다고 '안방권력' 소리를 듣다니 정말 화가 나요."

"여성은 개혁대상이 아닙니다.여성 인재를 살리지 못하는 사회와 남성들이 문제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습니다. 자극이 됐습니다. 남편이 볼까 겁나기도 했고요."

본지의 여성 기획 '뛰자! 한국 여성' 시리즈 1,2회(여성이 변해야 한국이 산다, 성형수술보다 '실력수술'을)가 나간 지난 6일과 10일 중앙일보에는 독자들의 전화와 e-메일이 쏟아졌다. 기사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억울하다'며 흐느끼는 50대 아주머니도 있었고,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선 기분으로 기사를 읽었다'는 30대 주부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남자 기자가 썼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자가 취재팀에 더 많다니 의외"라면서 "여기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여성을 비하하는 기사를 쓸 수 있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성, 특히 전업주부는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언론의 쓴소리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의 의식변화를 요구하는 '아픈' 기사는 이처럼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번 기획은 여성을 매도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과 넘치는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라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히고 싶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의 언급 없이 여성들의 의식을 문제삼다보니 일부 오해를 불러온 게 사실이다.

많은 여성 독자들은 "남자가 변하지 않는데 여자가 어떻게 하느냐" "아이 보육시설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성들만 바뀌라고 요구해서는 이 '남성우월적'이고 '남녀차별적'인 사회가 여성들에게 기회를 그냥 내주지 않는다. 스스로 변하고 사회적 역량과 기여를 늘려야 여성의 시대라는 21세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1부 '여성이 변해야 한국이 산다'에 이어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낼 2부 '사회가 변해야 여성이 산다'와 3부 '변하고 있는 여성들'이 이어지므로 독자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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