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新黨 뜸 들이다 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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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1일로 40일째를 맞는 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친노(親盧)·반노(反盧), 중도파의 세싸움과 갈등 속에 통합신당 창당이라는 당초 구상이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대변인은 10일 "민주당이 가만히 있는 우리 당과 연대해 신당을 추진한다는 데 대해 불쾌감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민주당 신당추진위의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이 "정몽준 의원 영입은 현단계로선 어렵지만 이한동 의원, 자민련의 영입 가능성이 있어 1주일간 활동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추진위 관계자는 그러나 "당의 낮은 지지도 때문에 오겠다는 유력인사들이 거의 없다" 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신당 구상이 이렇듯 헝클어진 것은 당 주도권을 둘러싼 각 정파의 기세 싸움과 중진들의 차기 당권 욕심 때문이다.

1박2일로 대구를 찾은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대구공항에서 "추석 전에 후보 지위가 굳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법정시한(9월 27일) 전에 선대위를 꾸려 출발하겠다"고 선대위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문희상(文喜相)대선기획단장은 "한나라당이 12일 선대위를 띄우는데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盧후보가 한화갑 대표와의 13일 주례회동에서 협의를 거쳐 곧 선대위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당명을 바꾼 노무현 신당으로 가자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몽골·러시아를 방문했던 이인제(李仁濟)의원이 10일 귀국해 선대위 강행에 대한 반노 측의 맞대응이 예상된다. 李의원과 가까운 송석찬(宋錫贊)의원이 9일 저녁 자민련의 김학원(金學元)의원을 만난 것도 주목된다.

金의원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정몽준 의원의 심야회동에 배석했다. 이른바 'MJP 연합'의 밀사역을 맡고 있다. 때문에 金총재가 李의원에게 'MJP+민주당 반노그룹' 연대구상을 간접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도파도 어수선하다. 이중 상당수는 비노(非盧)성향이다. 盧후보가 선대위 출범을 강행할 경우 외부세력 영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과 가까운 비노 중도파 의원들과 일부 반노 성향 의원 등 17명은 10일 저녁 회동을 갖고 선대위 출범 강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침묵해 오던 정균환(鄭均桓)최고위원도 가세했다. 鄭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盧후보가 모든 것을 다 던지고 신당을 시작했으면 지지도가 올랐을 것"이라며 "선대위 구성이 극과 극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 전체의 동의 없는 盧후보측의 선대위 강행은 반대라는 얘기였다.

이런 기세싸움 속에 민주당의 통합신당 구상은 사막의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훈·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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