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마실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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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산소같은 여자'란 광고 문구에서 느낄 수 있듯 산소가 주는 이미지는 언제나 신선하다. 산소는 생명의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산소를 응용한 건강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산소가 든 음료와 산소 캔, 산소 발생기·산소 에어컨·산소 정수기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산소 발생기를 가동해 실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 카페나 산소방도 생겨났다. 산소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산소제품 어떤 것이 있나〓'물에서 공기로'. 정수기에 이어 산소 발생기가 뜨고 있다. 산소 발생기란 공기 속의 산소를 농축해 공급하는 기계. 압력 차이를 이용해 공기 중 78%를 차지하는 질소는 배출시키고 21%를 차지하는 산소만 흡착시키는 PSA 기법을 응용한다.

현재 20여개 업체에서 수입 또는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주로 카페와 호텔, 헬스클럽 내 휴게실, 독서실과 피부관리실, 병원 등이 활용한다. 1대에 1백만원~2백만원에 달하지만 한 달에 1백대 이상 판매된다. 업소들이 고객의 건강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설치하기 때문. 유해 산소의 작용을 차단한다는 이온화 산소를 배출하는 장비의 경우 1천3백만원이나 한다.

이밖에도 산소를 물에 녹인 N유업의 산소 음료, 외부 공기 중 산소를 분리해 공급하는 D전자의 산소 에어컨, 피부의 산소 투과도를 높인다는 L사의 산소 화장품 등 산소를 마케팅에 활용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줄잡아 연 5백억원의 산소 시장이 이미 형성됐다.

◇왜 각광받는가〓산소는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데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숨쉬는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온 산소는 혈액을 타고 세포로 들어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대기 중 산소의 농도는 21%.여기서 4%만 내려가도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산소 농도 17%부터 야간 시력 저하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

<그래픽 참조>

여기에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대기오염이 맑은 공기에 굶주린 현대인에게 돈을 주고라도 산소를 사도록 부추기고 있다. 산소 발생기를 통해 만들어진 고농도의 산소는 머리를 맑게 하고 근력과 지구력 등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산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 불꽃이 잘 타는 것처럼 산소 고농도 환경에서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없나〓산소가 포함된 음료나 산소 투과도를 높인다는 화장품의 경우 산소 공급량이 미미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산소의 건강 효과는 미지수다. 산소 발생기의 경우 수분에서 수십분 정도 고농도 산소를 마시게 되면 피로 개선·활력 증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도 코로 직접 흡입하는 방식이어야 효과를 본다. 실외기가 없는 산소발생기를 방에 두고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또한 산소는 반드시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 매일 고농도 산소를 장시간 흡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과다 흡입된 산소가 신진대사를 거치는 동안 형성되는 유해 산소가 세포 손상과 노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비롯한 생물은 수 천 만년 동안 21%란 산소 농도에 맞게 진화돼 왔음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산소 농도를 늘이는 것보다 탄산가스 등 유해 가스의 농도를 줄이는 일이다. 산소 발생기를 가동시키는 것보다 창문을 자주 여는 등 적절한 환기로 실내에서 발생한 유해 가스를 배출시키는 것이 좋다.

◇화분을 활용한 산소 공급〓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나 중요한 과제를 수행 중인 직장인이라면 고가의 산소 발생기 대신 화분을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화분의 장점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 이산화탄소까지 덤으로 없앨 수 있다는 것.

산소 공급 및 이산화탄소 제거용 화분으로 추천되는 것은 벤자민 고무나무와 황야자나무. 특히 황야자나무의 경우 새 집에서 뿜어내는 휘발성 유기용제를 흡착해 분해하는 효소가 잎에 있어 건강에 좋다.

화분이 많을 경우 미량이지만 밤엔 식물의 호흡 작용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이땐 선인장이 권장된다. 선인장은 일반 식물과 반대로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손기철 건국대 원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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