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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스타' 다듬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슈 우에무라 : 피부를 숨쉬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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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화장품을 무조건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화장품은 '천연 화장품 공장'인 피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조 역할만 하게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름다운 화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피부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일본의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슈 우에무라(74)가 지난달 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피부가 노폐물을 다 배출하고 카타르시스 상태를 얻은 후에야 훌륭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는 '카타르시스 미용법'창시자인 그를 만나 셜리 매클레인에서 기네스 팰트로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사로잡은 독특한 화장 철학을 들어보았다. 그는 한국을 포함,1백6개국에 진출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1. 가볍게, 더 가볍게

'단순할수록 더 좋다'는 게 우에무라의 화장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분장사로 메이크업 경력을 시작한 우에무라는 특수 분장으로 피부가 손상된 스타들을 보면서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우에무라는 셜리 매클레인과 프랭크 시내트라·존 웨인 등과 함께 영화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의 메이크업보다 피부 상태를 먼저 챙겼다.

우에무라는 "당시 영화 한 편을 찍으려면 1백일 정도 걸리는데 주연 배우의 피부가 망가지면 촬영을 할 수 없었다"면서 "특수 분장으로 항상 지쳐 있는 스타의 얼굴을 윤기있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메이크업 제품보다 클렌징(cleansing)제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독한 화장을 깨끗하게 지우면서 동시에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클렌징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40년이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슈에무라' 클렌징 오일은 이런 그의 철학에서 나왔다. 크림이나 로션 타입 클렌징 제품은 이중 또는 삼중 세안(洗顔) 해야 하지만 오일 타입은 하나로 메이크업 클렌징과 세안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에무라는 "한국 여성들은 피부가 매우 좋은데 유행을 좇다보니 두꺼운 화장으로 너무 피부를 혹사시키는 것 같다"면서 "메이크업 화장품뿐 아니라 클렌징 제품을 포함해 기초 화장품도 과하게 쓰면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2. 피부도 개성이 있다

우에무라는 "한국 여성들은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유행에 더 민감한 것 같다"면서 "메이크업뿐 아니라 기초제품까지 트렌드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은 심하면 몇개월 만에 신제품 수명이 끝날만큼 유행을 많이 타는 곳. 하지만 올바른 피부 관리를 위해서는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라 본인의 피부 개성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우에무라는 충고한다.

"한국 여성들은 화장품을 고를 때 천편일률적으로 지성·중성·건성 피부 구분에 집착한다"면서 "메이크업할 때만 개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기초 화장품 선택에서부터 얼마든지 개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 피부는 매일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므로 자신의 피부 상태를 고려해 본인이 주관을 갖고 화장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립스틱 색깔을 바꿔 바르듯이 기초 제품도 컨디션에 따라 선택하는 게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3. 이미 나 있는 길은 의미가 없다

우에무라의 인생은 모험 그 자체다. 거상(巨商)의 아들이자 나가노현(縣)한 성주의 외손자로 태어난 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택한 것은 탐험가 정신 때문이다. 학창 시절 결핵으로 5년이나 투병생활을 한 우에무라는 "체력이 별로 필요 없으면서 남이 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가를 매일 생각한 끝에 메이크업 쪽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생소한 직업, 더욱이 일본 1호의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배웠고,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1955년 영화 촬영차 일본에 온 미국 유니버설 영화사 촬영팀이 급하게 보조 분장사를 구한 것. 이 영화의 분장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우에무라는 할리우드 진출을 제의받는다.

"그때는 외국에 나가기가 정말 어려웠다"면서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생각에 더 설렜다"고 회고한다.

할리우드에 간 우에무라는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제작한 '마이 게이샤'(1962)의 여주인공 셜리 매클레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갑자기 병이 나 대타를 맡은 것을 계기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도약할 수 있었다. 매클레인의 게이샤 분장, 일명 가부키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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