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新黨갈등 중도파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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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어수선하다. 친(親)노무현(盧武鉉)후보 세력과 반노(反盧), 비노(非盧)중도파 간의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다.

정국의 고비가 될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출마선언(17일)이 확정됐고, 대선 민심의 가닥이 잡힐 추석(21일)이 다가오자 각 세력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이다.

5일 하루 동안 민주당 안팎에서 신당(新黨)을 공통주제로 한 여러 모임이 있었다. 여기에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상대를 향한 증오와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등이 뒤섞여 나왔다.

반노 측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모였다. 송석찬(宋錫贊)·김명섭(金明燮)·송영진(宋榮珍)의원 등이다. 이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盧후보를 낙마시키고 통합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6일부터 대의원 3분의1의 서명을 받아 盧후보 사퇴를 위한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신당'에 반기(反旗)를 곧추세운 이들의 모임은 늘 4~5명을 넘지 못했다.국민경선 후보를 부인해야 하는 명분과 세(勢)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비노 중도파 의원들의 리츠칼튼 호텔 회동이 오히려 주목을 받았다.

장태완(張泰玩)·최명헌(崔明憲)·박상희(朴相熙)·박종우(朴宗雨)·설송웅(?松雄)·박양수(朴洋洙)·이윤수(李允洙)·장성원(張誠源)의원이 참석했다.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의 계보의원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盧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에 반대했다. 반노 세력과는 선을 그었다. 대신 노무현 신당으로 가는 것에도 제동을 걸었다.

?의원은 "신당추진위를 통한 창당작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며 "신당추진위를 해체하고 추석 이전까지 당 대 당 통합 수임(受任)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몽준 신당이나 자민련 등과 당 대 당 통합을 적극 모색해야지 노무현 신당으로의 재포장만으로는 어렵다는 위기감의 표출이었다.

이들은 10일 2차 모임을 갖고, 추석 후에는 80명을 목표로 중도파 회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 당사에선 신당추진위 회의가 열렸다. 친노·반노 세력이 섞여 있어 어수선했다.

한화갑 대표도 처음 참석했다. 추진위 대변인인 박병석(朴炳錫)의원은 "신당 추진을 저해하는 일체의 당내 움직임을 대표가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노 측의 서명작업은 물론 추석 전에 선대위를 띄워 노무현 신당의 대세를 굳히려는 친노 측 모두를 주저앉혀 달라는 요구였다.

김영배(金令培)추진위원장은 이한동(李漢東)의원을 영입해 盧후보의 재경선 대항마로 내세우기 위해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다.

盧후보 측의 대응은 명료했다. 盧후보는 이날 정대철(鄭大哲)·김원길(金元吉)의원 등 당 중진 9명과 만나 "李의원과 재경선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노 측은 "정몽준 의원을 데려오기 위한 시간벌기나 반노 달래기 차원으로 李의원을 데려와선 곤란하다"(文喜相 대선기획단장),"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그레이드"(鄭東采 비서실장)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추석 전 선대위 구성→노무현 신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의 내홍은 신당추진위의 영입 중간점검 회의(10일), 비노 중도파의 2차 회동(10일)이 있는 다음주가 고비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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