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에 가서 ‘천안함’을 부정하는 시민운동가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종교계와 민화협·진보연대 같은 진보적 시민단체, 여야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통일운동단체다. 2005년 창립된 이래 6·15기념 남북공동행사 등을 진행해왔다. 김상근 상임대표와 정현백 공동대표(참여연대 공동대표·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의 대표단이 27일(현지시간)부터 미 의회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국무부의 한국 관련 관리들을 면담하며 워싱턴·뉴욕 등에서 교포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그런데 단체가 공개한 김 대표 인사말과 정 교수의 발표문 등이 천안함 폭침(爆沈)에 대한 북한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를 비판하고 있다.

시민운동가들이 국내외에서 북한, 통일, 한·미 동맹 등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민주사회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동체의 가치를 신장(伸張)하고 대체적인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에 봉사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가안보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가 존재해야 시민단체도, 비판의 자유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 천안함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이 행동이 문제가 된 것도 안보라는 공동체 가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이런 언행들을 거론하며 훼방했고 의장성명은 미흡한 것이 되고 말았다.

6·15 남측위가 합리적이 되려면 북한 소행은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한·미의 대북 제재와 6자회담 유보는 모두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테러행위 때문이다. 6·15 남측위 같은 시민운동가들은 공동체 구성원 46인을 살해한 외부 집단은 왜 문책하지 않는가. 그리고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비과학적인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조치에 균열을 초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이 기왕 미국에 갔다니 미국의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9·11 테러 때 공동체와 어떻게 보조를 맞췄는지 제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