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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뒤 소주 한잔 "캬아, 코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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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내가 생각하는 샐러리맨의 글로벌 스탠더드

밀케 생각 일에 쫓긴다고 너무 단기적인 일에만 집착해서는 곤란. 장기 플랜을 가져라.

민정 생각 자기 일에 프로라는 생각을 갖고 영어 등 한두개 언어는 마스터해야.

쿨터드 생각 아시아권의 비즈니스도 영어로 통하는 시대.다양한 국제 경험 쌓기는 필수.

혜성 생각 자신과 다른 여러 가지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

◇나에게 직장이란

▶채민정:직장은 단순히 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함께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후배나 거래처 사람 등을 통해 배우는 인간 관계나 삶에 임하는 태도 등 말이죠.

▶라스 밀케:저 역시 위험을 즐기는 편이지만 일단 전문성도 쌓고 사회 초년병 때엔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장을 택했죠.

▶브렛 쿨터드:전문직은 돈도 벌고 명예도 쌓을 수 있겠지만 지식과 행동 반경이 좁아져 자칫 갑갑한 생활을 할지도 몰라요. 아다시피 조직생활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자신을 절제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일입니다. 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나태해지지 않고 자신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나 혼자 잘 나고 열심히 한다고 조직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에요.

▶신혜성:요즘은 직장보다는 직업이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요. 브렛씨 말에 공감해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공유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직장 생활이 아닐까 합니다.

◇'샐러리맨 블루스-사람 간의 부딪침'

▶채:생각이 너무 다른 사람들과 일할 때죠. 특히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일과 관련해 스스로에게 만족을 못할 때예요. '능력이 고작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밀케:제 경우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한국 문화와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시행 착오가 필요했죠.

▶쿨터드:윗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내가 옳다'고 생각해도 내 주장을 펴기가 힘들 때가 제일 힘들고 어려워요. 하긴 주변을 봐도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무조건 상사 말에 따르는 것 같아요.

◇'병주고 약주는'회식과 폭탄주

▶밀케:한국 조직 생활에서 회식과 폭탄주를 뺀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죠.(모두 웃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 자리는 엄연한 업무의 연장이기 때문이죠. 웃기는 건 서양사람이 동양인보다 알콜 분해 능력이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거짓말 같아요. 함께 회식해도 다음날 헤매는 사람은 나뿐이고 한국인 동료들은 멀쩡하니까요.

▶신:강요하는 회식과 폭탄주 문화만 없다면 적당한 일과후 모임은 오히려 활력소 아닐까요.

▶쿨터드:회식 자리는 인간 관계에 기름을 칠하는 일이라고 봐요. 자주만 아니면. 그러나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음하는 문화는 정말 바뀌어야 해요.

◇내가 본 동료 외국인,동료 한국인

▶채:외국인 직장동료들에게 받는 인상은 "상당히 개인적이다"라는 거예요. 우리는 일에 사적인 감정 개입이 쉬운 반면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인간적인 면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대신 나름대로 공사를 잘 구분하여 더 객관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만은 분명해요.

▶밀케:한국 동료들은 동료 의식이 매우 강하며 서로 잘 뭉칩니다. 독일 사람들에 비해 그런 면이 훨씬 더 강하지요. 반대로 한국에서 일하면서 느낀 부정적인 면이라면, 한국 직원들은 자신의 일이 끝나도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사무실에 있습니다. 눈치를 보는 거죠. 반면 외국인들은 일이 끝나면 퇴근하지요. 대인 관계를 희생하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외국인들에겐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지지만 한국인들은 일과 대인 관계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쿨터드:한국회사에서 일하면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선후배 간, 동료 간의 가족 같은 유대 관계예요. 방금 전까지 눈물나도록 야단친 후배를 고기집으로 끌고가 소주잔을 부딪치며 마음을 풀어주는 것. 내 고향인 호주에선 생각하기 힘들죠. 하지만 단점도 조금 있어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발상이 부족한 것 같고요. 상하 관계에 너무 얽매이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죠.

▶신:외국인 동료들은 회사에서의 업무와 개인 생활에 대한 구분이 정말 확실해요. 해외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보면 해외 파트너와의 업무에서 급한 일로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적지 않은데 정작 상대방은 휴가로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어요.

◇기(氣)살려 주는 상사가 넘버 원-술자리서 안주감이 되지 않는 상사가 되는 법

▶밀케:바람직한 상사라. 글쎄요. 좋은 상사가 되려면 자신의 의견을 가져야 하며, 부하 직원들의 제안이나 의견에 '귀를 열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잘 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훌륭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인정을 받았을 때 더 잘하게 되니까요.

▶쿨터드: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상사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부하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조언해주며 대화를 통해 어려운 일을 함께 풀어 나갈 수 있으면서 항상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신:당연한 얘기네요(모두 웃음). 제 경우 함께 일하는 직원의 능력과 의견을 인정하며, 사기를 북돋워 주는 상사와 일할 때가 가장 신나요. 그런 분들은 인간적으로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고 자발적으로 따르게 되더군요.

▶채:열정과 감각이 있는 상사가 최고라고 봐요. 상사가 열정이 식으면 직원들의 동기는 그만큼 꺾이게 마련이죠. 감각이 있는 분과 일하면 저보다 많은 경험으로 흐름을 읽어내는 것을 옆에서 배우게 돼요.

정리=표재용 기자·사진=신인섭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은은한 차 향기가 다상(茶床)주변과 툇마루를 타고 정원 구석구석을 감도는 서울 인사동 경인 미술관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젊은이들 네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적과 회사, 맡은 직책은 달라도 한국서 직장 생활을 하는, 패기 넘치는 신세대 샐러리맨들이다. 첫 만남이지만 회사원이라는 '동류 의식'덕인지 이들은 금세 친구가 되고 하나가 됐다.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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