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고금리” 대통령 질책 속 대부업체들 잇따라 금리 인하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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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형 대부업체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낮춘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다음 달 초 대출 금리 상한을 연 44%에서 연 30%대 후반으로 내리고, 업계 2위인 산와머니도 내년 초 최고금리를 연 36.5%로 인하할 계획이다. 조건이 나쁜 고객을 상대로 가장 비싸게 물리는 상한금리를 낮춰 연 37%에 달하는 평균 대출 금리를 끌어내리자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25일 “대부업체가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내년엔 대출 금리 상한을 현재 연 44%에서 연 39%로 낮춘다는 방침이라서 이번에 미리 대출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부업체들은 대부업법 시행령으로 정한 최고금리(연 44%)에 근접하는 금리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업계 1, 2위 업체가 금리 상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대출 금리를 끌어내리기로 한 것이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들은 심사를 강화해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겐 대출을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러시앤캐시 측은 금리를 내리더라도 대출 승인을 해주는 고객들의 범위를 좁히지 않기로 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1조3000억원이다. 등록 업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대형사들의 금리 인하로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대출 금리를 함께 낮추지 않으면 고객들이 대형사로 이탈하고, 금리를 낮추면 수익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년엔 대부업체의 대출 금리 한도를 연 39%까지 인하한다는 계획이어서 중소형사들도 대형사의 금리 인하를 외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털사의 금리가 높다”고 지적하면서 금융당국도 캐피털 업계의 대출 금리 산출과 여신심사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로 인해 자금조달 금리가 높다 보니 대출 금리도 높다”며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대부업체에도 회사채 발행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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