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은행·대금업 영역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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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일본의 대금업체들이 소액 개인대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동안 은행·신용금고의 고객층이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대출업에 나섰다.

또 지방은행들은 새로운 대출고객을 개척하기 위해 대금업체들과 잇따라 제휴하는 등 은행과 대금업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26일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에 따르면 중견 대금업체인 닛신은 퓨처 크리에이티브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음식점 체인을 상대로 점포 개설 자금을 대주는 대출에 나섰으며, 신용카드 회사의 대금업 자회사인 산요(三洋)클럽도 미용실과 치과병원 등에 개업 또는 설비개선 자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들은 영업권이나 외상채권 등을 담보로 잡고 연 7~10%의 이자를 받거나 원금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월 매출의 3% 정도를 이자 대신 받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대출 규모도 1인당 평균 50만~60만엔선인 소액 대금업체들과는 달리 건당 3천~1억5천만엔으로 웬만한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금업체들이 이처럼 사업자 대출에 나선 것은 개인파산자가 늘어나면서 신규고객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일본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현재 2백2조엔으로 2년 전에 비해 35조엔 정도 줄어들었는데 대금업체들은 이 감소분을 노려 자신들의 신규 대출시장으로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은행들은 거꾸로 소액 개인대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1백20개 지방은행 중 50여곳이 대금업체들과 손잡고 개인대출을 확대하는 등 은행권과 대금업체들의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대금업체들이 갖고 있는 개인신용평가에 대한 노하우를 빌려 고수익 대출을 늘릴 수 있고 대금업체들은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신규고객을 개척할 수 있는 상호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금리(2~5%)보다는 높고 일반 대금업체가 받는 이자율(약 25%)보다는 낮은 연 9~17.5%의 이자를 받으며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이밖에 UFJ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대금업체들과 제휴해 중소기업 대상의 대금업 자회사를 설립, 은행이 직접 하지 못하던 고금리 위험대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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