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선두 레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ES300이 저가 전략을 앞세워 수입차 가운데 단일 모델 판매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ES300은 3천㏄급이면서도 가격이 5천5백30만원으로 동급의 경쟁 차종에 비해 20~30% 싸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부터 한달 평균 1백50대 이상 팔리면서 월별 판매에서 BMW530을 제쳤다. 이는 웬만한 수입차 회사의 한달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 실적이다.

2위로 밀려난 BMW530은 배기량이 ES300과 마찬가지로 3천㏄급이지만 한대에 8천1백5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재력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안전한 차'란 이미지를 부각하며 선두 탈환을 벼르고 있다.

◇틈새시장 파고든 ES300=올해 1~7월 모두 1천65대가 팔려 이미 올해 판매목표(3백대)의 네배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대수(8천6백35대)의 12.3%나 된다.

이 차가 겨냥하는 고객은 최상류층보다 한 단계 아래의 계층이다. 수입차를 갖고 싶어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ES300은 이 틈새를 노린 5천만원대 모델이다. 지명도가 높은 렉서스 브랜드 승용차를 5천만원대에 굴릴 수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한 것이 주효했다.

이 모델은 한 단계 위인 GS300보다 1천1백만원, 최고급인 LS430보다는 5천3백만원이 싸다. BMW·벤츠를 5천만원대에 구입하려면 3천㏄급은 어림도 없고 2천㏄급에 만족해야 한다.

렉서스는 또 고급 사양을 많이 넣어 소비자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고 있다. 싼 차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최용국 차장은 "배기량이 비슷한 다른 수입차에 비해 차 값이 싸면서도 성능에서 뒤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차는 또 트렁크 공간이 골프 가방을 네 개까지 실을 수 있을 만큼 넓다는 게 강점이다. 두쌍의 부부가 골프장에 갈 때 차 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시동이 걸린 줄 모르고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위해 다시 열쇠를 돌릴 정도로 정숙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다. 좌우 에어컨의 온도조절이 따로 되고 뒷유리창에 햇빛이 비칠 때 가리개가 내려오도록 하는 등 고급차의 사양도 많이 채택했다.

그러나 ES300은 변속기가 자동 전용인 게 단점이다. 최근 고급차들은 속도감을 즐기려는 매니어들을 위해 변속기를 수동·자동 겸용으로 하고 있다. 서스펜션 등의 성능이 최고급차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다.

◇안전성 강조하는 BMW530=2000년 11월 선보여 지난해엔 6백48대로 단일 모델 판매대수에서 수위를 달렸으나 올 2월부터 렉서스 ES300에 추월당했다. 올 1~7월 5백48대 팔려 렉서스 ES30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BMW 김영은 이사는 "고객층과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ES300과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때때로 가격 할인정책을 쓰는 등 판촉에 신경을 쓰고 있다.

1위 탈환을 위해 전문직 종사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차를 사는 고객의 80%가 남자며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0%다. 의사·변호사·기업인 등 전문직 종사자가 60%를 차지한다. 때문에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위한 차''가장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노력한다. 한 대에 8천만원이 넘지만 안전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약점은 실내 공간이 의외로 좁고 트렁크의 적재공간도 협소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출시한 BMW745 모델(4천4백㏄·1억5천만원)의 경우 골프백을 네개까지 실을 수 있도록 트렁크 공간이 넓어졌다.

승차감이 일본차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차와 스타일이 비슷한 국산차에 익숙해 있는 소비자들이 딱딱한 느낌의 유럽차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일본차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BMW는 대신 10개의 에어백이 설치돼 있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너무 빠르게 급커브나 미끄러운 길을 달릴 경우 차가 스스로 각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자가 운전자를 겨냥해 핸들에 달린 버튼으로 라디오·카폰·정속주행(크루즈 컨트롤)·실내공기 순환 등 여러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프터서비스도 강점이다.수입차 업체 가운데 전시장(30개)과 서비스센터(20개)가 가장 많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