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영화 名감독 리펜슈탈 100세 생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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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퇴라니?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할 일이 많다.우선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히틀러가 총애했던 기록영화의 명장(名匠) 레니 리펜슈탈(사진)이 22일로 1백세 생일을 맞으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녀는 "인간은 1백세가 되면 너무 많은 일을 떠맡으면 안된다"면서도 "미(美)의 추구에 모든 것을 바친 고흐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그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과시했다.

리펜슈탈의 1백번째 생일에 때맞춰 독일의 영화관들은 그녀가 48년 만에 제작한 기록영화 '해저 인상'을 공개했다. 독일 언론들은 그녀가 1974~2000년 인도양을 2천번 이상 잠수하며 해저의 비경을 담은 이 45분짜리 다큐물을 '환상적인 영상미'라고 평했다.

베를린 출신의 무용가 겸 여배우 출신인 리펜슈탈은 20년대 영화계에 진출, 기록영화를 찍던 도중 우연히 히틀러의 눈에 띄어 33년 나치의 영화제작국 수석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녀가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기록한 '의지의 승리'(34년)와 베를린 올림픽을 역동적인 감각으로 촬영한 '올림피아'(36년)는 그녀를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기록영화 감독의 한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녀는 나치 선전 영화를 만든 죄목으로 전범재판에 회부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 뒤 아프리카로 건너가 검은 대륙의 풍물을 스틸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몰두해 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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