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현 ㈜파소나기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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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우리 소방관들도 이제 선진국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소방복을 입게 됐습니다. 통일된 안전규격조차 없던 소방복 시장에서 새롭게 표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정부가 발주한 새 규격의 소방관용 방화복 납품업체로 최근 선정된 ㈜파소나기의 김아현(43·사진)사장은 "지난 1년간 매달린 소방복 개발 작업이 마치 전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사장이 소방복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서울 홍제동 소방관 참사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소방복 선진화를 내걸고 1백7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면서다. 기존의 소방복이 고작 방수복 구실밖에 못해왔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김사장은 독일의 소방복 전문회사 '알비트'와 제휴를 하고 소방복의 규격·소재·패턴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입수한 자료를 들고 소방복의 국제적 기술표준(ISO EN)에 맞는 국내 검증 기준을 세우기 위해 관계기관을 일일이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관대한'기준을 제시하는 정부 측에 맞서 오히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소방복은 직화열과 복사열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물과 화학물질도 막아줘야 합니다. 여기에 강도검사 등 까다로운 10여가지 검사를 통과해야 하죠. 지금까지 이런 기준 없이 소방복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 투입 전 화상 방지를 위해 물을 끼얹고 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김사장이 납품하는 소방복은 듀폰에서 만든 겉감과 고어텍스의 중간층을 사용, 가벼우면서도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여성기업인 특유의 섬세함으로 기능성과 함께 모양에도 신경을 썼다. 파소나기는 원래 국내외 패션쇼 현장을 촬영하거나 패션뉴스를 제작해 케이블TV 등에 공급하던 패션 콘텐츠업체.

이 때문에 회사이름도 패션(파)과 소설속의 '서정적' 이미지와 순식간에 쏟아져 '열정적' 인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소나기를 합해 '파소나기'로 지었다.

이런 업체가 소방복 사업에 뛰어든 것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에 김사장은 "수익 개발을 위해 간호복 등 특수복을 제작해 유명 병원에 납품해왔으며, 소방복 사업은 이 특수복 사업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방복 제작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특수복 사업을 늘려 나갈 생각이라는 김사장은 "원래 영역이었던 콘텐츠 부문에 대한 투자도 곧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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