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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쏘렌토·칼로스 쾌속질주 테라칸·스포티지·매그너스 주춤주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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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자동차 회사들이 효자·불효자 차종 때문에 울고 웃는다. 효자 차종이 판매가 부진한 모델을 끌어주는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불효 차종이 다른 모델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최대의 실적을 올린 현대는 전반적인 판매 호조에 미소를 짓고 있지만 경차 아토스의 부진에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승용차 에쿠스·그랜저XG·EF쏘나타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싼타페는 잘 나간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을 뜻하는 에쿠스는 한대에 3천5백만~7천5백만원 하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로 올들어 지난달까지 모두 9천2백대 팔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에쿠스는 측면 충돌이나 전복에 대비해 커튼식 에어백이 설치돼 있다. 시속 40㎞ 이상으로 달릴 때는 모든 문이 자동으로 잠기고,충돌하면 잠김장치가 자동으로 풀린다. 에쿠스는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판매 이익이 크고 회사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그랜저XG와 EF쏘나타는 올 1~7월에 각각 3만4천대,6만5천대가 팔려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시 두돌을 넘긴 싼타페는 SUV 열풍을 주도하면서 올들어 7월까지 3만9천여대 팔렸다. 근육질의 독특한 디자인이 어필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고객층이 여성과 50대 중년 남성까지 넓게 퍼져 있다.

현대차에도 고민이 있다. 경차 아토스가 지난달 고작 2백50대밖에 안팔렸다. 내놓기에 민망한 성적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현대차는 이익이 적은 아토스의 생산을 내년께 중단한 뒤 아예 경차에서 손을 뗄 방침이다. SUV 테라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달에 평균 3천대 팔리지만 경쟁 모델인 기아 쏘렌토나 쌍용 렉스턴에 비하면 열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형에서 갤로퍼와 차별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3월 출시한 SUV 쏘렌토가 2만5천대의 주문이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다. 지난 4,5월에는 현대 싼타페를 제치고 월별 판매에서 SUV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디젤차인데도 매연을 줄이고 출력을 높인 첨단 엔진(커먼레일 엔진)을 달아 조용하고 떨림이 적어 승차감이 좋다는 평이다. 렉스턴보다 3백만~5백만원 싼 것도 강점이다.

반면 대형 승용차 엔터프라이즈가 부진을 면치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한달 판매량이 3백대 선이다.

기아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에 더 이상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는 12월께 후속모델이 나와 명예를 회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판된 지 10년을 넘긴 SUV 스포티지도 비실거리고 있다. 올들어 모두 1천3백대가 팔렸을 뿐이다. 지난해보다 판매가 20% 줄어 언제 퇴출될지 모를 위기에 놓여 있다.

대우차는 소형 칼로스가 수호신 역할을 한다. 국내 소형차 시장의 35%를 차지하면서 대우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승용차와 SUV를 결합한 퓨전카로 20~30대 젊은층에서 인기다. 대우를 인수하는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들도 칼로스의 성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우는 야심작으로 내놓은 중형차 매그너스의 부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달에 최소한 4천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2천여대를 팔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지난 4월에 2천㏄급으로는 드물게 6기통 L6매그너스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기존 매그너스의 외형과 차이가 없어 판매가 예상만큼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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